메드베데프 홀로서기?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오른쪽)와 그의 정치적 후계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2인자 역할에 만족하는 듯 보였던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최근 총리와 마찰을 빚으며 협력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오른쪽)와 그의 정치적 후계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2인자 역할에 만족하는 듯 보였던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최근 총리와 마찰을 빚으며 협력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제 대응 미숙” 푸틴 공개 비판

2인자 탈피 ‘의도적 선긋기’ 나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에 가려 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8개월 전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푸틴 총리에게서 대통령 직을 물려받은 후 ‘순종적 2인자’로 자리매김을 해 온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계기로 푸틴 총리는 물론 그의 경제정책과 ‘의도적인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메데베데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총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등 독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푸틴 내각이 인권침해 논란을 안고 있는 반역죄 처벌 개정안을 내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를 철회시켰다.

또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과 반정부 성향의 일간지 ‘노바야가제타’ 편집인을 만나 1월 모스크바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인권변호사 및 여기자 피살 사건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는 푸틴 총리가 대통령이었던 2006년 당시 발생한 언론인 피살 사건에 크렘린이 냉담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또 지난달 재계 인사들과의 만남에서는 경제위기에 대한 푸틴 내각의 대응을 공개 비판했다. ‘총리가 경제문제를 책임진다’는 러시아 전통을 부각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경제위기 대응 미숙을 계기로 푸틴 총리를 ‘잠재적 희생양’으로 삼는 한편 자신을 차기 지도자로 내세우려는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같은 사안을 놓고 양측이 다르게 해석하는 일을 막으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가 만날 때마다 논의 내용을 기록하는 조치가 도입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외교 관례를 존중해 취임 후 메드베데프 대통령과만 통화를 했을 뿐 아니라 4월에 영국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독자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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