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도시에 후진국형 빈대 급증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뉴욕-LA 등… “살충제에 내성 가진 돌연변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의 여러 대도시에서 후진국형 해충인 빈대(사진)가 늘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1950년대 세계적으로 살충제(DDT)를 배포하면서 자취를 감춘 빈대가 이들 도시에서 2004년부터 급속히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DDT가 독성 때문에 사용이 금지됐고, 모기향에 쓰이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뿌리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

미국 매사추세츠대와 서울대 국제공동연구팀이 방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일부 빈대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갖도록 돌연변이 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말 ‘위생곤충학저널’에 발표됐다.

이 살충제는 빈대의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변형해 신경을 마비시켜 죽인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이시혁 교수는 “돌연변이 빈대는 살충제를 뿌려도 유전자가 변형되지 않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며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이 보통 빈대의 264배”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국내 머릿니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다. 충북과 충남, 전남 3개 지역의 머릿니에서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유전자를 찾아낸 것.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말 ‘한국응용곤충학회’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안용준 교수는 “유전자 수준이 아니라 실제 살충제를 뿌렸을 때 얼마나 저항성이 나타나는지를 추가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07∼2008년 겨울 국내 어린이 100명 중 4명이 머릿니에 감염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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