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스리랑카 내전 포성 그치나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정부군, 타밀호랑이 반군 수도 장악”

반군 지도자 “거점 잃어도 결사항전”

스리랑카 정부군이 반군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의 수도 격인 킬리노치치를 장악했다고 2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26년을 끌어온 내전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리랑카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2일 국영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정부군이 반군을 상대로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며 “억압됐던 북부지역 주민들이 다시 자유를 누릴 날도 머지않았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은 반군 측에 “즉각 무기를 놓고 항복하라”고 촉구했다.

라자팍세 대통령 발표대로라면 오랜 내전은 형식적으로 끝난 것이며 반군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위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리랑카 국방부는 1일 반군 50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정부군이 2일 중앙 기차역과 반군 핵심 시설을 점령했으며 반군은 동북부 물라이티부 주변 밀림으로 흩어졌다고 밝혔다. 현재 반군 잔존세력은 1700∼19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전이 바로 종결될지는 아직 의문스럽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군사적 균형은 정부군에 완전히 넘어갔지만 반군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과거 괴멸적인 상황에서 여러 차례 부활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1일 반군의 정치지도자 발라싱함 나데산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원래 게릴라였기 때문에 거점을 잃어도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 정부의 승리선언 직후 수도 콜롬보의 공군사령부 앞에서 반군의 자살 테러로 보이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군인 2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스리랑카 건국 이후 다수민족인 신할리즈족의 차별대우에 저항해오던 소수 타밀족은 1972년 반군 ‘타밀호랑이’를 결성했으며, 1983년 신할리즈족이 타밀족 학살사건을 일으키자 본격적인 무장 분리주의 투쟁에 돌입했다. 장기간 내전으로 그동안 7만여 명이 사망했다.

스리랑카 정부군은 지난해 초 “반군과 체결한 제네바 휴전협정도 끝났다”고 선언하고 반군 지배하의 동북부지역 탈환을 위해 무장공세를 펴 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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