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이종철]中백묘흑묘, 녹색고양이 되어야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개혁개방 30주년 기념식이 18일 거행됐다. 후 주석은 기념사에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2021년)이 될 때 국민 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실현하고, 신중국 건립 100주년(2049년)이 될 때 부강한 민주적 문명을 가진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실현하겠다”고 천명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개혁개방을 천명한 1978년에 2200억 달러이던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약 4조 달러로 경제규모 면에서는 올해 독일을 제치고, 2010년에 일본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22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소득도 현재 2700달러로 먹고살 만한 초보적 샤오캉 사회로 진입했다.

1978년 GDP의 10%에 그쳤던 대외무역 규모는 현재 75%로 증가하여 세계 3위의 무역대국이다. 수출규모는 세계 1위이며 지금까지 유입된 외국인 투자도 한국의 GDP와 거의 맞먹는 86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 결과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이 됐다. 또 개혁개방을 통해 세계 생산 네트워크의 허브이자 수출기지, 그리고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의 강자로 등장했다.

중국은 국민의 의식주를 걱정하던 국가에서 미국과 함께 세계 정치, 경제의 양 축을 담당하는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 부상했다. 과거 30년간 이룩한 경제성과는 중국이 달성하겠다고 천명한 목표를 이루는 데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혁개방의 심화를 통해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조화로운 현대화 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숱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내적으로 중국은 지역 간 도농 간 계층 간 불평등 문제, 실업문제, 부패문제, 환경문제, 민주화 등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계층 간 소득불평등은 남미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 조화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먼저 부자가 되어도 좋다던 선부론(先富論)에서 이제는 부를 나누는 산부론(散富論)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 지도부는 과도한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소요를 피하면서 공산당 독재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성장률을 8%로 본다. 문제는 8% 이상의 속도를 내면서 환경오염 등 과거의 성장방식에서 초래된 문제를 제어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의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글로벌 과제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녹색 고양이를 사용해 성장을 구가해야 한다. 성장 제일주의에서 녹색성장 제일주의로 성장의 방향타를 바꾸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경제규모에 걸맞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요구받는다. 위상의 강화는 견제의 강화도 수반한다. 가깝게는 위안화의 가치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세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멀리는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추구한다는 의구심을 떨쳐야 한다.

공산당 1당 체제하의 시장경제라는 중국식 모형을 통해 민주적 문명을 가진 조화로운 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점은 중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장기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길은 국제사회와의 연계가 한층 강화된 여정이다. 6자회담, 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주요 20개국(G20) 회의, 아시아통화기금(Asian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IMF), 기후변화협약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은 물론이고 오월동주(吳越同舟)인 중미관계를 상생과 협력관계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길을 가야 한다.

이종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중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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