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국어는 독일어’ 헌법 명시 놓고 시끌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2시 58분


기민당 “사회통합위해 조항 신설”… 사민당 - 이민자 “의도 뭐냐” 반발

독일에서 헌법에 독일어 조항이 필요한가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 독일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CDU)은 이달 초 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독일 헌법을 개정해 ‘연방 독일공화국의 언어는 독일어’라는 조항의 삽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헌법은 ‘독일 수도는 베를린이고, 독일 국기는 흑(黑) 적(赤) 황(黃) 3색으로 구성된다’고 정하고 있지만 독일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CDU가 독일어 조항을 넣으려고 하는 것은 현재 독일에 살고 있는 약 300만 명의 터키계 이주민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독일어 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터 뮐러 자를란트 주 총리는 “독일어를 배우는 데 실패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계층상승 등 사회이동을 언급하는 것은 공허한 일”이라며 독일어 조항 삽입에 찬성을 표했다.

아네크 호이빙어 CDU 의원도 “국가의 공식어를 배우는 것은 성공적인 사회 통합을 위한 관건”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에 이민자 단체와 사민당(SPD) 및 녹색당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독일어는 매우 어려운 언어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1880년대 독일을 다녀와서 쓴 ‘지독한 독일어’라는 글에서 “언어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영어를 배우는 데 30시간, 프랑스어를 배우는 데 30일이 걸리는데 독일어는 30년이 걸린다”며 “독일어는 고전주의 작가 괴테와 실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反)차별 그룹인 ‘액션 커리지’의 게르트 플로이머 대변인은 “독일어 조항은 불필요하다”며 “그들이 무슨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독일어 조항을 삽입하려는 CDU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DPA통신은 녹색당의 남녀 공동대표 중 남성 대표로 최근 선출된 터키계 쳄 외즈데미르 씨가 “공립학교에서 터키어를 선택과목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이 같은 제안이 보수주의자들을 자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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