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론/신성호]오바마 시대<4>美, 中과 새 협력관계 추구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2년여에 걸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대통령 선거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다. 선거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속에 세계는 지금 오바마의 승리가 가지는 의미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바쁘다. 선거 내내 변화를 강조한 오바마의 아시아 정책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亞대주주 인정, 현안 공동관리 할듯

당선 후 첫 기자회견(8일)에서 밝혔듯이 대통령 오바마의 가장 큰 과제는 국내외 경제위기의 극복이다. 선거 중 그가 강조한 이라크 철군과 테러와의 전쟁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동아시아를 비롯한 여타 지역은 앞의 두 가지 시급한 과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

사실 9·11테러가 아니었다면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 21세기 미국 대외정책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 8년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장기적 위협으로 경계하면서도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에 집중하기 위해 중국과의 선택적 협력 및 동아시아의 안정을 꾀하는 이중적인 정책을 폈다.

선거 중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의 힘에 근거한 일방주의와 대결적 태도를 비판하고 대화와 다자 협력에 근거한 외교를 강조했다. 세계적 경제난국 속에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더욱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통해 아시아 문제의 안정적 관리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부상을 여전히 경계하면서도 중국을 책임 있는 대주주로 인정하여 북-미 협상과 6자회담의 지속,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한 양안관계의 안정, 동아시아 다자 안보협력 추구 등 아시아 지역의 주요 현안을 함께 관리하는 협력관계를 추구할 것이다. 일본은 여전히 미국과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아시아 동맹국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지나치게 미일동맹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 등 여타 동맹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고려하는 더 균형 잡힌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간의 정치 군사관계가 원활하게 유지된다면 한미 전략 동맹과 함께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추구하는 한국도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이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 간에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후보 시절 미국 내 일자리 감소의 주 원인으로 중국의 저환율 정책과 불공정 무역 관행을 거론하며 강한 불신을 표출하고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물론 오바마는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2조 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인 중국 및 여타 아시아 국가와의 긴밀한 협조가 중요함을 알고 있다.

경제정책이 긴장 부를 수도

그러나 차기 오바마 정부가 국내 실업문제 해결과 대외무역 흑자개선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중국에 환율 절상과 불공정 무역장치의 개선, 미국에 비해 지나치게 느슨한 노동조건 및 환경문제 개선을 요구한다면 미중관계는 심각한 마찰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상하 양원을 확고하게 장악한 민주당의 보호주의 성향과 중국 인권문제에 관한 강경한 태도는 중국과 아시아에 더 실용적인 접근을 하려는 대통령 오바마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세계는 오바마의 당선을 놀라움과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바마는 당선연설의 말미에 자신이 비록 완벽한 대통령이 되지는 않더라도 항상 열린 자세로 다른 의견에 더욱 열심히 귀 기울일 것을 약속하였다. 오바마의 약속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와의 약속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오바마가 추구하는 변화, 협력적 실용외교의 첫걸음이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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