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오바마 잘 아는 사람 이렇게 많았나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뒤 한국 정부와 정치권 주변에선 적잖은 인사들이 “오바마를 잘 안다” “오바마 측근들과 친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과 막역하다는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처럼 수긍할 만한 경우도 있지만,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 오바마 당선인이 대선 승리를 선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우리가 그쪽과 인맥이 없다는데 걱정할 필요 없다. 대선 직후 그쪽 인사들과 통화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6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6년 미국을 방문해 공화당 인사들뿐만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의 인재 풀로 유력시되는 브루킹스 연구소 관계자들도 접촉했다”면서 ‘그들이 우리를 기억할 것’이라는 식의 기대감도 내비쳤다.

정부 내에서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과정에서 힘을 보탠 로버트 루빈(현 씨티그룹 고문) 오바마 당선인 경제고문을 잘 안다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갑자기 ‘오바마 채널’로 부상했다.

정치권에서는 오바마 당선인의 모교인 미 하버드대 출신의 한나라당 홍정욱 강용석 의원 등 초선들이 친(親)오바마 계열로 분류되고 본인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해 1월 미 상원 개원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당선인과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오바마 측이 이들을 잘 아는지는 미지수다. 안타깝지만 ‘짝사랑’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이 더 많다.

오바마 당선인은 길지 않은 정치 경력에 민주당 내에서도 비주류여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안테나’에 포착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 정치권이 인연을 맺기에는 시간이 짧았고 정부 차원의 준비도 부족했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의 한 외교통은 “최근 들었는데 일본 중국은 꽤 오래전부터 오바마 측을 지속적으로 접촉했다더라”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정치권 인사가 오바마를 잘 아는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한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금 할 일은 ‘처음부터’라는 자세로 오바마 진영과 진지하게 접촉하고 차근차근히 인맥을 구축해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다.

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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