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수렁에 빠진 경제

  • 입력 2008년 8월 26일 02시 56분


NYT “번영 전도사 옛말… 미국발 침체 악순환 고리역할”

중국이 컴퓨터 생산을 줄이면 미국이 설계하고 대만이 제작하는 컴퓨터 칩 수요가 감소한다. 여기에 강판 수요까지 감소해 브라질과 호주의 철광석 생산이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브라질과 호주가 독일 일본 미국에 주문하는 건설장비의 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그동안 세계에 번영을 확산시켰던 세계화가 이제는 거꾸로 글로벌 경제의 침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전했다.

미국 기업들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미국 내 수요가 줄더라도 일본 유럽 아시아 등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 증가에 따라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미국의 경기 침체가 유럽 아시아 등으로 확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 등의 경기 둔화 폭이 미국보다 커지면서 미국 수출 기업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미국에 비해 수출 의존도가 큰 국가들은 어려움이 더 많다. 일본은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2.4%를 기록했고 독일의 성장률도 2% 수준으로 급락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경기 둔화를 경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온 중국과 인도의 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중국이 최근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인플레 억제에서 성장촉진으로 바꾼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RBS 그리니치 캐피털의 앨런 러스킨 수석 투자전략분석가는 “여러 나라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서로 경기 상황을 악화시키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평균 성장률을 지난해 5.0%에서 크게 떨어진 4.1%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경기 침체 국면이 더 길어지고 리먼 브러더스, 패니메이, 프레디맥 등이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자본을 확충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달러화의 강세 현상이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달러화 강세에 대해 “미국의 경기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 여타 지역의 경기가 더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로 인해 미국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젠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기 침체는 미국에 역풍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기에 보완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해외 경제가 오히려 미국보다 더 심한 경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세계화 시대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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