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변경을 가다]<中>‘남부 수출 관문’ 광시 자치구 핑샹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0분


중국 남부 변경도시 핑샹의 ‘중국-아세안 자유무역구 핑샹 물류원’ 주차장. 각지에서 온 차량들이 통관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핑샹=하종대 특파원
중국 남부 변경도시 핑샹의 ‘중국-아세안 자유무역구 핑샹 물류원’ 주차장. 각지에서 온 차량들이 통관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핑샹=하종대 특파원
“아세안 10국 시장도 중화 품에” 中경제영토 확장 교두보

<<중국의 남쪽 끝 광시(廣西) 좡(壯)족 자치구는 당초 전쟁에 패해 오지로 쫓겨난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베트남과 인접한 핑샹(憑祥)은 인구 10만 명의 작은 국경도시다.

하지만 최근 몸집이 부쩍 커진 중국의 경제력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으로 쭉쭉 뻗어나가면서 핑샹은 중국과 아세안을 연결하는 ‘중국 경제영토 확장의 전진기지’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중국의 경제영토가 13억 인구, 960만 km²에 그치지 않고 광시 자치구를 거쳐 5억3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아세안 10개국 450만 km²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변경무역 노리고 전국에서 몰려온 대형트럭 - 보따리상 북적

무역액 5년새 3배로… “2020년까지 하나의 경제권 묶겠다”

○ 오지가 경제영토 확장 기지로

지난달 30일 오전 중국 남부 변경도시 핑샹에서 베트남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유이관(友誼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중국-아세안 자유무역구 핑샹 물류원’ 입구.

이른 아침부터 통관수속을 밟기 위해 물류원으로 들어오는 차량과 이미 통관절차를 밟고 베트남으로 향하는 트럭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2만 m² 규모의 거대한 물류원 마당은 통관수속 절차를 기다리는 300여 대의 대형 트럭으로 빼곡했다.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은 물론 쓰촨(四川) 성,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까지 중국 전 지역의 차량이 와 있었다.

아세안 국가로 나가는 물품 가운데 육로를 통한 수출품은 모두 이곳을 통과해 나간다. 수출 상품은 TV 냉장고 컴퓨터 등 전자제품부터 기계류, 농산물까지 다양하다.

베이징에서 복숭아 12t을 싣고 2박 3일을 달려왔다는 왕모(41) 씨 등 2명은 “2005년 말 광시 자치구 성도인 난닝(南寧)부터 유이관까지 200km가량의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농산물 등 수출품 운반이 크게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하루 전날인 29일 오전 핑샹에서 베트남 국경 쪽으로 10여 km 더 들어간 푸자이(浦寨) 변경 무역구. 인구 5000명의 작은 도시인 이곳은 중국 정부가 변경 주민들을 위해 설치한 변민호시(邊民互市)다.

변민호시란 변경무역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변경 주민들은 완전 무관세다. 광시 자치구엔 이런 변민호시가 25개나 있다.

무역구 관문에서는 보따리장수 수백 명이 트럭과 수레로 채소부터 과일 맥주 신발 의류까지 온갖 생활물품을 베트남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곳을 통해 드나드는 변경무역 보따리상은 하루 2000∼3000명 선. 무역액 역시 자치구 전체 무역액의 13∼15%에 이른다.

탕스량(唐世亮) 핑샹 시 자오상(招商)촉진국 부국장은 “국경 무역의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에서 24시간 수속이 가능하도록 통관수속 절차를 바꿨다”며 “이에 따라 베트남과 광시 자치구를 연결하는 국경 관문에서는 허가받은 카드만 그으면 곧바로 통과할 수 있어 국경의 관문 통과가 매우 빨라졌다”고 말했다.

○ ‘해상 실크로드’ 재현하는 북부灣

육로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이 핑샹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해상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은 광시북부만경제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광시북부만경제구는 중국 정부가 2006년부터 야심 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광시 자치구의 난닝, 베이하이(北海), 친저우(欽州), 팡청강(防城港)을 중심으로 한 4만2500km² 지역을 집중 개발해 아세안 경제영토 확장의 교두보로 삼자는 플랜이다.

중국 남부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등 6개국을 2020년까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30일 베이하이에서는 중국을 비롯해 이들 7개국 관련 인사 600여 명이 모여 ‘북부만 경제협력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생산 소비는 물론 공동시장 개척 등 이 지역의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중국은 이들 국가와 협력해 1000년 전의 고대 해상 실크로드를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이곳을 주장(珠江) 강 삼각주 지역과 창장(長江) 강 삼각주 지역, 보하이(渤海) 만 지역에 이은 중국에 4번째 성장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광시 자치구는 또 1990년대 중국 정부가 동부지역을 마구잡이로 개발하면서 엄청난 환경오염을 유발한 점을 교훈삼아 390km에 이르는 생태보호 해안선을 건설하고 53km에 이르는 여행 관광 해안선을 만드는 등 ‘지속가능한 개발’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 눈부신 성장… “한국도 적극 진출을”

광시 자치구가 중국의 경제영토를 아세안으로 확장하는 교두보로 바뀌면서 광시 자치구의 국내총생산(GDP)은 최근 6년째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은 2006년 18.0%, 2007년 20.5% 등 매년 18% 이상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무역액 역시 20∼40%씩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3년 31억86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무역액은 지난해 92억7800만 달러로 4년 만에 3배로 늘었다.

하지만 한국과 광시 자치구의 무역액은 지난해 2억5800만 달러로 지난해 한중 전체 교역액 1599억 달러의 0.16%에 불과하다. 광시 자치구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역시 10여 개 수준이다.

중수린(鍾樹林) 광시 자치구 초상촉진국 부국장은 “물류 및 전자산업에 진출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이렇다 할 기업이 오지 않고 있다”며 “한국의 경쟁력이 뛰어난 자동차와 조선, 폐수처리, 해산물 가공과 관련된 기업이 많이 들어오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광시 자치구에서 9년째 사업을 하는 유병응 두림 대표는 “중국이 아세안 10개국과 2010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아세안 10개국은 사실상 중국의 경제권에 흡수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팍스 시니카’로 가는 중요 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핑샹=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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