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 강화 佛헌법 개정 될까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오늘 상하원 표결… 사르코지 정치승부 2차전 결과 주목

니콜라 사르코지(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추진해 온 헌법개정안이 21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이번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정부의 고위공직자 임명 때 의회의 동의 절차를 받는 대신 정치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하는 권한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958년 제5공화국 등장 이래 23차례의 헌법 개정이 있었지만 이처럼 광범위한 내용의 개정은 처음이다.

1962년 샤를 드골 대통령 시절 대통령 선출 방식을 국민의 보통·직접투표로 바꾸고 2000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절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개정이 있었지만 사안은 단순했다. 이 밖에 대부분의 개정은 유럽연합(EU) 헌법을 반영하는 등 기술적인 내용이었다.

프랑스에서 정부가 발의한 헌법개정안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여기서 통과되면 국민투표는 필요 없다.

현안 의회연설 권한 보장 등 골자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번 헌법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그로서는 지난해 노조와의 연금개혁에서 승리한 이래 가장 큰 승리가 된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의 헌법개정안은 아직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사회당이 헌법개정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가운데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내에서조차 일부 드골주의자의 반발표가 있어 헌법개정안은 한두 표 차로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사회당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회연설권이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사르코지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 발언 시간을 늘려주겠다고 막판에 제안했지만 사회당은 거부했다.

일부 드골주의자는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7월 5공화국의 분권형 통치구조에 대해 “실제로는 대통령이 뒤에서 다 결정하면서 앞에 나선 총리만 책임지는 위선적 통치구조”라고 비판하며 대통령이 국정에 책임지는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에두아르 발라뒤르 전 총리가 의장을 맡고 여야 인사를 망라한 ‘프랑스 현대화 위원회’가 출범해 지난해 10월 헌법개정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미국처럼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의회를 통하지 않는 정부의 긴급 법률제정권을 금융과 안보 분야로 제한했다.

통과 땐 연금개혁 이어 대어 낚아

또 대통령의 일반사면권을 폐지하고 특별사면권만 인정했다. 5공화국에서 한 번도 행사되지 않은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에 대한 헌법위원회와 의회의 사후 통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없애지는 못했다.

정부는 이 위원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헌법개정안을 만들었다. 위원회는 대통령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하는 것은 시기가 적절치 못하다고 반대했으나 사르코지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정부안에 들어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의회교섭단체를 갖고 있지 못한 좌파 군소정당 의원들에게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기존 20석에서 15석으로 완화해 주겠다고 제안하는 등 주말 내내 직접 전화를 걸며 설득작업을 벌였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프랑스 헌법개정안 주요 내용▼

―대통령 연임 1회로 제한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임명 시 국회 동의 필요

―정부의 긴급 법률제정권을 금융과 안보 분야에 제한

―대통령의 의회 연설권 보장

―의원의 지방시장 및 유럽 의원 겸직 제한

―의회 비례대표제 도입

―대통령 긴급조치권 행사 시 의회의 사후 통제 강화

―대통령 사면권 제한

―의원 5분의 1 이상이나 유권자 10분의 1 이상으로 국민투표안 발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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