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들의 추억여행 위해 전세기 동원하는 캐나다 정부

  • 입력 2008년 7월 11일 19시 29분


11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의 6·25전쟁 관련 전시관.

예복을 차려 입은 60명의 외국인 노병들이 6·25전쟁의 모습을 담은 영상물과 당시 국군과 유엔군의 군복과 무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병들도 있었지만 이들도 모두 예복을 차려 입고 전시실을 둘러보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캐나다의 6·25전쟁 참전용사 60명과 캐나다 현직 보훈처 장관, 상원의원, 군 관계자 등 120명이 최근 휴전 55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한국전쟁 참전 캐나다 노병들의 방한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참전용사 대부분은 6·25전쟁이 끝난 뒤 첫 한국 방문이었다. 이들은 한국의 발전상에 하나 같이 "놀랍다", "자랑스럽다",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이클 주보카(76) 씨는 "지금 한쪽(한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돼 아무것도 없었던 상태에서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됐고, 또다른 한쪽(북한)은 아직도 배고픔에 고통 받고 있다"며 "당시 우리의 노력이 이런 큰 차이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노엘 넉우드(76) 씨는 "55년 전 유엔군 깃발 아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유엔의 현재 최고 대표가 한국인이라는 게 매우 놀랍다"고 거들었다.

1993년 방한한 적이 있다는 간호장교 출신의 도로시 도일 씨는 "나에게 55년 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지 말라"며 "1993년과 비교해 봐도 놀라울 정도여서 자랑스럽다"고 웃었다.

캐나다 참전용사들의 방한은 캐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이뤄졌다.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가 참전한 주요 전쟁의 기념일에 맞춰 참전용사들을 과거 참전 지역으로 방문하도록 하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번 방한도 그렉 톰슨 캐나다 보훈처 장관과 국방위원회 소속인 그랜트 미첼 상원의원이 이끌었다. 캐나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고령의 참전용사들을 위해 전세기까지 지원해 줬다.

6·25전쟁 휴전 55주년을 16일 앞둔 이 날. 국내에선 휴전을 기념하거나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참전용사들의 '추억 여행'을 위해 현직 장관과 상원의원 그리고 전세기까지 동원하는 캐나다 정부의 모습이 더욱 특별해 보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