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따르자니 지갑이 울고, 매케인 찍으려니 마음이 울고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年25만달러이상 소득 유권자

‘소득세 인상 공약’에 냉가슴


“심장은 오바마를 따르고, 지갑은 매케인을 따른다.”

미국에서 가계소득 연 25만 달러(약 2억5000만 원) 이상인 유권자들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의 과세(課稅) 공약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가 5일 보도했다.

오바마 후보는 부부 소득이 합산 25만 달러를 넘는 가정에 높은 소득세를 매겨 서민층에게 혜택을 돌려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외곽의 방 4개짜리 주택에 살고 있는 40대 전문직 하워드 해머 씨 부부는 연 가계소득이 총 30만 달러. 2007년 미국 인구국이 집계한 중간가구 소득(median household income)이 4만8200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부유한 편이다.

그러나 해머 씨는 높아진 유가와 나이를 먹을수록 오르는 의료보험료, 한 달에 3000달러씩 지불하는 모기지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호소했다. 매달 2000달러씩 갚아야 하는 대학시절의 학비 융자금과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비를 따져도 노후자금을 여유 있게 모으기가 만만치 않다. 오바마 후보의 과세 공약이 신경 쓰이지 않을 리 없다.

오바마 후보 측이 내건 과세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가계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계층에 현재 33∼35%가 부과되는 소득세율을 36∼40%까지 올린다는 것. 여기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낮춘 법인세 등을 다시 올리면 가구당 2500달러의 의료보험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안에 찬성하는 측은 미국 내 1억4900만 가구 중 연 20만 달러 이상을 버는 가정이 3% 남짓에 불과하다며 ‘소득이 많은 사람이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투자자문회사인 스탠퍼드그룹의 워싱턴 정책연구소 앤 머사이어스 원장은 ‘부부 소득 합산 25만 달러’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20만 달러, 22만 달러, 그리고 25만 달러의 기준을 어떤 기준으로 긋느냐”고 지적했다. 또 같은 25만 달러여도 30대 독신자의 소득인지, 아이들이 있는 50대 부부의 합계 소득인지에 따라 의미가 다르고, 대도시와 시골의 평균 생활비가 다른 것도 문제점이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이 잡지는 오바마 후보가 공약을 지키기 위해 3500억 달러의 재정을 확보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중산층 이상 유권자들의 표심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회의 주도권이 민주당에 있는 현실에선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최상위층에 대한 과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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