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海살리기 손잡은 이-아랍 ‘평화의 물길’ 열까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 年 1m씩 수위 낮아져… 홍해 연결 운하 추진

이스라엘 대표기업 공동투자 166km 프로젝트 본격화

“물부족 해소-100만 일자리 창출” 주변국 환영 한목소리

죽어가는 사해(死海)를 살리기 위한 ‘운하 건설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염분이 많아 사람이 누우면 둥둥 뜨는 것으로 유명한 이 소금 호수를 살리는 대공사가 성공할 경우 이스라엘-아랍 간 평화의 상징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있는 사해의 수위는 해마다 1m씩 낮아지고 있다. 사해로 흘러들어가야 할 요르단 강 물의 70∼90%를 주변국들이 공업용수 및 생활용수로 써버리기 때문이다. 러시아 노보스티통신은 “이대로 가면 50년 뒤에는 사해가 완전히 말라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1994년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평화협정을 맺은 뒤 홍해의 물을 사해로 끌어들일 운하 건설이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50억 달러(약 5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건설 공사비를 조달할 방법을 찾지 못해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다.

○ 20만 명 수용 호텔-세계 최대 식물원도 건설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는 부동산 재벌인 이츠하크 트슈바 엘라드그룹 회장, 샤리 아리손 하포앨림은행 회장, 세계적 공구업체인 이스카의 스테프 웨르테이메르 창업자 등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기업인들이 사해와 홍해를 잇는 166km의 운하 건설에 자금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트슈바 회장은 사해 주변에 총 20만 명이 투숙할 수 있는 호텔들과 세계 최대의 식물원 등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신문은 “운하 건설에 결정적인 지원군을 얻었다”라고 평가했다.

요르단 정부도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일간지 요르단타임스는 “25일부터 정부와 세계은행 관계자, 영국 프랑스의 기업인들이 운하 건설의 타당성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건설 시행 계획을 작성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르면 2년 안에 운하 건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이 28일 전했다.

○ 연간 10억 ㎥ 생활용수 주변국에 공급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환경단체들은 홍해의 물이 사해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가 파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운하 건설이 사해를 살릴 뿐 아니라 이스라엘-아랍 관계에도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운하 건설은 지역 현안인 물 부족을 해결할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 주변국들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운하로 흘러가는 바닷물의 일부를 담수화하면 연간 10억 m³의 생활용수를 이스라엘과 요르단, 팔레스타인에 공급할 수 있는데 이는 이들 국가가 겪고 있는 심각한 물 부족의 30%를 해결할 수 있는 양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운하 건설에 찬성하고 있다.

또 운하 건설 및 주변 관광 시설의 공사가 본격화되면 100만 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생겨나고 관광객이 늘어나 주변국들의 경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루살렘포스트는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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