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주 안돼” 브릭스 4국 뭉쳤다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가 상호 연대를 과시하며 국제질서 다극화의 중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부쩍 ‘연대’ 드러내=7일 취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첫 해외 순방 국가로 카자흐스탄과 중국을 택했다. 두 나라는 러시아와 함께 국제 안보 무대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견제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베이징(北京)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까지 이들 브릭스 국가는 대체로 양자 차원의 교류와 협력에 주력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석유 거래, 러시아와 인도의 무기 거래, 브라질과 인도의 식량 거래 확대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2월 코소보 독립 선언 이후엔 이들이 집단으로 국제사회에서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고 모스크바의 외교가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코소보 독립 선언 당시 러시아가 “코소보 독립을 반대한다”고 천명하자 인도와 중국은 앞 다투어 러시아를 두둔했다.

브릭스는 올해 9월에도 유엔에서 별도 회담을 열기로 했으며 내년에도 인도에서 4개국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세계질서 도전 세력으로=브릭스는 지금까지 주로 고속성장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 왔다. 마크 포스터 액센추어 비즈니스컨설팅 대표는 1990년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9% 수준에 머물렀던 개도국의 GDP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같은 ‘다극화 세계’에서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제2의 세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중국 브라질 인도가 올해 3월 국제통화기금(IMF) 의결권 지분을 확대했으며 브라질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벌어진 면화보조금 분쟁에서 미국에 승리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회원국인 브라질과 인도가 회원국이 되도록 브릭스 내부에서 서로 지원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해관계 불일치로 연대 한계”=전문가들은 브릭스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세계무대에서 위기관리에 실패할 경우 브릭스가 미국의 단극체제에 대항하는 동맹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군사전략 전문가인 이반 사프란추크 씨는 “브릭스 국가의 공통점은 구소련제 무기를 사용하거나 러시아제 무기 구매를 늘리고 있다는 것일 뿐”이라며 “국가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아 집단안보 체제는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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