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社-항공산업 “허리띠 조여라” ‘고유가 고육책’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7분


포드자동차는 22일 고유가와 경기둔화를 이유로 북미지역 공장의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시간 주 디어본 공장에 열을 지어 서 있는 포드 트럭들. 디어본=AFP 연합뉴스
포드자동차는 22일 고유가와 경기둔화를 이유로 북미지역 공장의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시간 주 디어본 공장에 열을 지어 서 있는 포드 트럭들. 디어본=AFP 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유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와 항공 산업은 고유가 시대에 새로운 생존전략을 짜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 불황 속 소형차만 웃어

미국 포드자동차의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지금 추세로 가면 2009년에도 회사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낮다”며 “하반기에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큰 폭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픽업트럭과 SUV 생산 감축 결정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 픽업트럭과 SUV 판매 감소 현상이 장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3.78L)당 4달러에 육박하면서 4월 한 달 동안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는 SUV 판매는 모두 12만9403대로 1년 전보다 29.1% 하락했다. 연료소비효율이 좋지 않은 픽업트럭 판매도 1년 전보다 20.2% 하락했다.

반면 소형 승용차는 4월 한 달 동안 23만3391대가 팔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2%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픽업트럭 판매가 급감하면서 제너럴모터스(GM)도 하반기에 미국 내 4개 픽업트럭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SUV와 픽업트럭 생산을 줄일 경우 인력 감축 등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이와는 달리 미국의 ‘빅3’ 자동차업계는 최근 인기가 높아진 소형 자동차에 대한 마케팅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자동차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소형차를 생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일본 혼다자동차는 2009년까지 미국과 일본 시장에 저가(低價)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프리우스의 판매 호조 등으로 미국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을 선점한 도요타에 혼다가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혼다는 소비자들이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호하면서도 구입을 주저하는 이유가 높은 가격에 있다고 보고 가솔린엔진 동급 차량과의 가격차가 2000달러 미만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 유가 급등은 ‘제2의 9·11테러’

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은 최근 첫 번째 수하물에 대해서도 무조건 15달러의 추가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항공기용 유류가격이 급등하는 등 비용이 눈 덩이처럼 불어난 데 따른 자구책이다.

이에 앞서 아메리칸항공을 포함해 델타, 콘티넨털, 노스웨스트 항공은 두 번째 수하물부터 25달러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승객 1인당 수하물 2개까지는 무료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유가가 계속되면서 미국 항공사들의 경영 여건이 9·11테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미 항공사들은 9·11테러 직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다가 4년 만에 어렵게 흑자로 전환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올해부터 다시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 이 신문은 2004년 227억 달러였던 미 항공사들의 항공유 비용이 올해 595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추정했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적자 노선을 폐지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올해 안에 국내선 여객수송 능력을 12%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항공사들이 최근 잇달아 국내선 왕복요금을 인상하고 있는 것도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증가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가 오른다고 항공요금을 계속 올릴 수만은 없다는 게 항공사들의 고민이다. 항공요금이 지나치게 오르면 승객들이 큰 폭으로 줄어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의 에드워드 배스티언 사장은 최근 “미국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측면에서는 비행기 운항을 중단하는 게 차라리 나은 ‘브레이크 포인트(중단점)’에 다가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 석유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

항공업계와 자동차업계가 고유가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석유회사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406억 달러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이 4년 만에 2배가 됐다. 셸도 지난해 313억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도보다 23% 증가한 것이다.

엑손모빌, 셸, 셰브론, BP아메리카, 코노코필립스 등 5개 회사의 올해 1분기(1∼3월) 총순익은 360억 달러에 이른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