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국가 자국민 ‘보호책임’지켜야…”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 유엔 특별고문관 에드워드 럭 교수 e메일 인터뷰

“독재국가 자국민 ‘보호책임’지켜야 국제사회의 주권개입 막을수 있어”

‘강제조치’ 논란유발 미얀마

반기문총장과 담판후 수용

해당국 주권본질 존중하며

생명존중 의무 이행 독려를

사이클론 ‘나르기스’ 재앙 현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최근까지 선별적으로 수용해 온 미얀마 군부의 태도를 놓고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논란이 일고 있다. 2005년 유엔 세계정상회의에서 150여 개국 정상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보호책임 개념은 ‘어떤 국가나 지역의 주민들이 한계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방치하지 않고 개입하는 것이 해당 국가 주권의 존중보다 중요하다’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당시 인종청소나 대량학살 등 반인륜적 범죄에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자연재난 피해까지를 담지는 못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미얀마 사태에 실력행사를 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월에 특별고문관으로 임명한 에드워드 럭 컬럼비아대 교수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럭 교수는 인터뷰에서 “보호책임은 주권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다”라며 “국제사회 구성원들의 꾸준한 지원과 지지가 있을 때 이를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행동규범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를 두고 보호책임 논란이 제기된 이유는 무엇인가.

“자연재해로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국제사회가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인류 공동의 양심에 상처를 입혔다. 이에 실망한 사람들이 2005년 세계 정상들이 채택한 보호책임 개념에 호소하려고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인권과 인도주의적 열망을 구현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은 미얀마 군부가 협조를 거부할 경우 강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최근 주장했는데….

“국제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강제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말은 미얀마의 긴급 상황에 대응할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에 물꼬를 텄다.”

(국제사회의 좌절이 커지자 반 총장은 미얀마를 방문해 군정 최고지도자 탄 슈웨 장군과 담판한 뒤 미얀마가 재난보호 인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보호책임 개념은 주권국가의 고유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닌가.

“국가의 1차적인 목표는 자국민 보호다. 보호책임에 구현된 원칙은 주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해당 국가를 돕기 위한 것이다. 유엔은 올해 초 케냐의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 이 개념을 적용했다.”

―주권보호와 생명보호가 양립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정권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도가 바로 생명보호임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차단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제사회가 기근과 독재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을 위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생명을 존중하는 보호책임론은 모든 국가에 적용될 수 있다. 국제공동체는 어떤 주권국가나 자국민에 대한 핵심적인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할 책임을 안고 있다.”

―유엔 특별고문관으로서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보호책임 개념을 정책으로 만들기 위한 개념화 작업을 진행하고 유엔기구나 제도 변경 가능성을 검토하며 회원국과의 합의를 위한 대화를 이끄는 것이다. 특히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이를 어떻게 진전시킬지 고민 중이다.”

::에드워드 럭 교수는

△1948년 10월 17일 출생 △다트머스대 졸업 △컬럼비아대 정치학 박사 △미국 유엔협회 회장(1984∼1994년) △유엔 개혁 프로그램 고문 △컬럼비아대 교수 △유엔 사무총장 특별 고문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