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학 ‘조기취활’ 열풍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경기회복따라 기업들 저학년생 미리채용

전공수업 뒷전… 대학교육 뿌리째 흔들려

일본 대학생들이 저학년 때부터 이른바 ‘취활(就活·취업활동의 줄임말)’에 나서면서 대학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고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신호가 보도했다.

일본 대학가의 ‘조기 취활’ 열풍은 최근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늘리면서 확산되고 있다.

▽‘입사 패스’ ‘조기 내정’…기업의 변칙 채용=기업들은 ‘입사 패스’ ‘조기 내정’ 등 대학의 저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채용방식을 통해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학 교육의 현장 활용성이 떨어진다며 회사가 예비 사원을 직접 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제도들이다.

입사 패스란 인턴십 과정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학생의 정규사원 입사 자격을 3∼5년간 보장하는 제도. 1, 2학년 학생도 입사 패스를 취득하면 대학을 졸업한 뒤 유효기간 내에선 해당 회사에 취직할 수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한 정보기술(IT)업체 ‘웍스 애플리케이션스’의 마키노 마사유키(牧野正幸) 사장은 “기업으로선 입사자의 평가 시기가 1학년이든 4학년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조기 내정은 4학년이 되기 전에 입사 여부가 미리 결정돼 졸업 후 곧바로 회사에 출근하는 제도다. 도쿄의 일부 방송사와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입사지원 자격을 3학년부터 허용하는 등 조기 내정은 여러 기업에서 이미 정착돼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학생들의 조기 취활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캠퍼스에선 각종 취활 동아리가 유행하고 151만여 개의 취활 웹 사이트가 개설돼 있을 정도다. 같은 재학생 신분인데도 조기 내정 합격자가 입사 준비생들을 상대로 취활 교육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조기 취활’ 열풍에 무너지는 상아탑=문제는 대학생들이 공부보다 취업에 비중을 두면서 대학 교육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점. 학생들이 회사 면접이나 인턴십 등을 이유로 강의를 빼먹고 학교 측에 제출하는 사유서가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저학년 학생들도 전공 공부보다 인턴십 등 취활에 도움이 되는 경력을 쌓는 데 치중한다. 조기 취활에 성공하면 수업 일수나 학업 성적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의 성실성보다 능력을 우선시하는 각 기업의 채용기준도 이 같은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선 “(취활로) 출석하지 않은 학생을 위해 토요일에 세미나를 열었다”는 등 학생들의 학업 소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교수가 많았다.

아에라는 일본의 전통적인 대학 교육과정이 △1학년 대학 학문의 기초 습득 △2학년 지망 전공의 입문과목 수강 △3, 4학년 전문과목 수강을 통한 졸업 논문 작성 등으로 나뉘었으나 취활로 이미 이러한 틀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출산율 저하로 신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어서 조기 취활의 부작용을 방관하고 있다. 최근엔 신입생들의 대학 선호도가 졸업생의 취업률과 직결되면서 대학 스스로 취업지원 시설을 만들고 이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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