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섬 키프로스 ‘통일 향한 첫발’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그리스계와 터키계, 그리스정교와 이슬람교라는 인종적 종교적 차이로 갈라진 남북 키프로스가 통일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코소보의 독립선언 등 분리주의 운동이 확산되는 시점에 나온 키프로스의 통일 시도는 경제 성장과 정치 군사적 안정에 대한 열망이 인종과 종교마저 초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통일 추진의 원동력=남북 키프로스의 지도자들이 통일을 위한 대화를 3개월 안에 시작하고, 분단의 상징이던 니코시아 시내 레드라 거리의 통행 재개에 합의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21일 보도했다.

지중해의 작은 섬 키프로스의 통일 논의는 통일주의자인 남키프로스의 디미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 공산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는 당선 직후 유엔에 통일을 위한 중재를 요청했고 북키프로스의 메흐메트 알리 탈라트 대통령도 이를 환영했다.

남키프로스는 북키프로스와는 달리 유럽연합(EU)에도 가입했고 국민소득도 높다. 하지만 남북 간 군사적 대치로 인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어렵고 국제사회에서도 소외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통일을 추진하게 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2일 분석했다.

1960년 8월 영국에서 독립한 키프로스는 그리스계와 터키계의 반목과 충돌이 격화되자 영국 주둔군이 개입해 니코시아에 휴전선(Green Line)을 그었다. 1974년 그리스계 장교의 쿠데타 이후 터키가 개입해 북쪽에 터키계의 별도 정부 수립을 선포하면서 키프로스는 남북으로 갈라졌고 양측 간 유혈 충돌이 잇따랐다.

2004년 유엔이 통일 방안을 제시했지만 그리스계 남키프로스 국민이 반대해 흐지부지되었다.

▽향후 협상 전망과 과제=분단 이후 34년간 남북 키프로스 양측에서 모두 친통일 성향의 대통령이 집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통일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남측이 유엔 재결의에 의한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반면 북측은 2개 국가 연합을 내세우고 있다. 통일정부 구성안에 대해서도 남측의 인구비례 주장과 북측의 동등한 참여 방안이 맞서고 있다.

터키군의 철수 시기가 통일정부 수립 전이냐 후가 되느냐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북키프로스에는 현재 터키군 3만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키프로스의 통일 움직임은 터키의 EU 가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터키가 자국의 항구와 공항을 남키프로스 국민에게 개방하지 않았던 것이 EU 가입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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