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도 웃고, 비가 와도 웃는다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6분


《“라니냐(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아지는 현상)의 영향을 받으면 땅콩 파종 시기를 늦춰야 좋은 작황을 기대할 수 있다. 기상 정보를 분석해 농민들이 작물 재배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기상학자들의 임무 중 하나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해양대기예측연구소(COAPS)의 선임연구원 스티브 콕 박사는 8일 이같이 말했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상 정보를 실제 산업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기후정보산업 선두 주자 美해양대기예측연구소

기상 정보를 산업에 활용한 대표적 사례는 COAPS가 개발한 ‘애그클라이밋(Agclimate.org)’. 애그클라이밋은 COAPS가 플로리다 주 67개 카운티를 비롯해 조지아, 애틀랜타 주 등 미 동남부 지역 농민들에게 기상 정보 분석을 통한 농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한 웹사이트다. 애그클라이밋은 농업(Agriculture)과 기후(climate)의 합성어.

플로리다 주 주도(州都) 탤러해시의 COAPS 연구실에서 근무 중인 연구원 신동욱 박사는 “라니냐와 엘니뇨(라니냐의 반대 현상) 영향을 받는지, 농사지을 땅이 비가 잘 스며드는 토양인지, 이런 조건에 적합한 재배 작물은 무엇인지 등의 조건을 대입하면 어떤 경우에 수확량이 많을 것이라는 결과를 보여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웹사이트에 플로리다 주 칼훈 카운티의 땅콩 재배시기를 물으니 올해에는 “다음 달 16일 파종하면 작황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답이 나왔다.

애그클라이밋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지난해 플로리다 주 땅콩 생산량은 6040만 달러어치로 1년 전(5190만 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4046.8m²(1에이커)당 1.25t에서 1.35t로 증가했다.

○ “보험설계용 허리케인 피해를 예측”

COAPS의 콕 박사가 개발한 허리케인 리스크 모델도 기상학을 실생활에 응용한 사례.

이 모델은 수백 년 동안의 기상 통계를 분석해 허리케인이 덮쳤을 때 플로리다 주의 지역별 바람의 세기와 그에 따른 가구별 피해 예상 금액 등을 시뮬레이션해서 만든 것.

플로리다 주 정부는 콕 박사가 개발한 모델과 민간 기상업체가 개발한 4개 모델을 보험회사들이 보험설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허리케인 피해 예상 모델로 정했다.

플로리다 주는 허리케인 피해가 큰 지역이어서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허리케인 피해에 대비한 집 보험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내륙인 탤러해시의 경우 2004년 18만 달러인 주택의 보험료가 600달러 정도였지만 2005년 8월 카트리나 피해 이후 800달러로 치솟았으며 마이애미 등 해안의 주택 보험료는 10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 월가서도 기상학자들 스카우트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Target)은 날씨를 예상해 판매할 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정하기 위해 기상학자를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타깃은 패션의 도시 뉴욕의 상품 리스트도 바꿨다. 매년 9월이면 대다수 가게에서 가을 코트를 진열했으나 지난해 9월에는 좀 더 얇은 옷을 내놓아 수익을 톡톡히 올린 것. 기상학자들로 구성된 타깃의 ‘날씨팀’에서 “뉴욕의 가을이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COAPS의 연구원인 임영권 박사는 “타깃 이외에 월가(街) 금융업체에서도 곡물 선물투자와 관련해 기상학자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 정보를 분석하여 생산량 감소로 가격 폭등이 예상되는 곡물에 선물투자를 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이다.

탤러해시=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영상 취재 : 황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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