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육현장 화두는 ‘교사의 경쟁력 강화’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학생성적 따라 고액 성과급 차등 지급

자격증-학위 따면 몇단계씩 호봉 승급

미국 내 명문 학군으로 꼽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좋은 학군으로 꼽히는 매클린과 비엔나 지역의 몇몇 공립학교들은 지난해 말 홍역을 치러야 했다. 주(州) 학력평가시험에서 성적이 기대 이하로 나왔기 때문이다.

비엔나 지역 K 중학교의 한 교사는 “평가 점수에 따라 학교별 예산 지원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교장부터 신참 교사까지 아이들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매우 강하게 받는다”며 “다른 교사는 열심히 뛰는데 나만 편히 지내려 하면 눈치가 보여 견디기 힘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교육현장의 화두 가운데 조용하면서도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교사의 경쟁력 강화’다. 2, 3년 전부터 교단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열심히 하는 정도에 따라 대우를 차별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콜로라도 주 덴버 시와 미네소타 주, 뉴욕 시 등은 교원성과급제를 도입했다. 덴버 시는 5년 전부터 학생들의 성적과 해당 학교의 교육여건 등 여러 변수를 종합 계산해 1인당 최대 연간 9800달러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미국교사연맹(AFT) 등 교원 노조들은 “학생 성적이라는 일률적 잣대만으로 교사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은 절대 반대”라면서도 “능력에 따른 보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성과급제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 각종 인센티브 제도는 이미 대부분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자격증이나 석사학위 취득 등 자기계발을 하는 교사에게 봉급 사다리의 계단을 몇 개씩 건너뛸 수 있게 해주는 지역이 많다.

교사들을 위한 자기계발 교육을 해주는 비영리 기관도 늘고 있다. 워싱턴 시내 ‘더 나은 가르침을 위한 센터(Center for Inspired Teaching)’의 경우 방과 후나 주말을 이용한 워크숍에서부터 방학 집중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동안 5000여 명의 교사가 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교육청 조직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계 2세인 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은 최근 시 의회로부터 교육청 공무원의 해고 권한을 위임받았다.

최대 1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23개 공립학교를 폐쇄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리 교육감은 “어른들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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