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정부 “알카에다-탈레반 소행”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38분


코멘트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에 대한 테러의 배후는 누구일까.

파키스탄 정부는 알 카에다를 지목했고 알 카에다 측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그 배후를 둘러싼 분분한 의혹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와즈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2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알 카에다와 탈레반이 배후라는 증거를 확보해 모든 의혹이 풀렸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 AKI통신은 27일 사건 발생 직후 알 카에다 사령관 겸 대변인 무스타파 아부 알 야지드에게서 걸려온 전화에서 “무자헤딘(성스러운 이슬람 전사)을 물리치겠다고 공언해 온 미국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을 우리가 제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아시아타임스도 28일 알 야지드가 전화를 걸어와 “파키스탄 무장단체 라스카르 이 장비(LIJ)가 알 카에다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오사마 빈 라덴에 이어 알 카에다 2인자인 이집트 의사 출신의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최근 ‘부토를 공격하라’는 비디오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혐의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CNN은 27일 부토 전 총리가 “내가 죽으면 무샤라프가 비난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미국인 친구에게 보낸 e메일을 공개했다.

e메일은 부토 전 총리가 자신의 귀국 환영행사에서 폭탄 테러로 130여 명이 사망한 날로부터 8일 뒤인 10월 26일 자신의 미국 대변인 격인 마크 시젤 씨에게 보낸 것. 시젤 씨는 부토 전 총리가 사망하면 공개할 것을 조건으로 CNN에 건넸다.

부토 전 총리는 e메일에서 “폭탄 원격조종을 방해하는 전파 발생장치, 내 차를 전후좌우에서 경호할 차량 등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진 게 하나도 없다. 보안이 너무 허술하다”고 하소연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사건을 방조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직접 암살을 명령하지 않았어도 군과 정보기관이 암살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는 지적했다. 파키스탄 정보국(ISI)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탈레반 등 무장 세력을 지원하면서 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