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가톨릭 국가?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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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가톨릭교도 수가 국교(國敎)인 성공회교도 수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400년 넘게 영국의 최대 기독교 종파로 국교의 자리를 지켜 온 성공회가 소수 종파로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조사 기관 크리스천 리서치가 지난해 영국의 3만7000개 교회를 조사한 결과 잉글랜드 지역에서 일요일에 가톨릭 미사에 참석한 사람은 86만1800명인 반면 성공회교회 예배에 참여한 교인은 이보다 적은 85만2500명으로 집계됐다.

가톨릭교회가 3316개로 성공회교회(1만6163개)의 5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하면 가톨릭의 성공은 더욱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톨릭교도는 스코틀랜드(15만8700명)와 웨일스(3만6800명) 지역의 교도를 합치면 105만7300명에 이른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최대 종파는 각각 장로교 계열인 스코틀랜드교회(20만600명)와 성공회의 일파인 웨일스교회(5만5600명)이다.

영국에서 가톨릭교도의 비중이 커진 이유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의 가톨릭 국가에서 수십만 명의 이민자가 유입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크리스피안 홀리스 포츠머스 주교는 “가톨릭이 영국인의 삶의 중심에 자리 잡았음을 보여 주는 변화”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공공정책연구소에서 이민 문제를 연구하는 대니 스리스칸다라자 박사는 “동유럽 이민자가 줄어들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10년을 못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영국 성공회는 △나이트클럽 전담 목사를 두고 △유람선에 임시 교회를 설치하며 △인터넷 예배를 활성화하는 등 개혁적인 선교활동에 착수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한편 중동 평화 특사로 활동 중인 토니 블레어(사진) 전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의 한 성당에서 예고했던 대로 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날 개종 의식을 집전한 코맥 머피 오코너 추기경은 “그(블레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족과 함께 정기적으로 미사에 참석해 왔다. 그의 개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톨릭 신문 ‘타블렛’의 캐서린 퍼핀스터 편집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파병과 낙태를 찬성했던 블레어가 가톨릭으로 개종한 데 대해 가톨릭교도 대부분은 의아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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