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카불 입성 시간문제”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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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과연 수도 카불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언제 돌아오느냐가 문제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 세력이 최근 세력을 급속도로 확장하면서 아프간 정부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국제 민간 싱크탱크인 센리스위원회가 21일 밝혔다.

센리스위원회는 ‘혼란 속으로-벼랑 끝의 아프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재기에 성공한 탈레반이 전국적으로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며 탈레반이 농촌은 물론 국경지역과 일부 지역의 중심부와 주요 간선도로 등 광대한 지역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탈레반은 아프간 국토의 54%에 항구적 거점을 마련해 정부 수준의 권위를 확보하고 있다. 국토의 38%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이들에게서 자유로운 지역은 8%에 불과하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대규모 토벌작전으로 타격을 입어 올해 내내 정규전보다는 납치와 자살폭탄 테러 등에만 의존했다.

그러나 마을 전체를 폭격하는 NATO군에 대한 반감, 마약 퇴치정책에 따른 생계곤란 등 주민들의 불만을 파고들면서 탈레반은 서서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NATO군이 탈레반을 완전히 소탕했던 지역에서 더욱 강력해진 적(탈레반)과 맞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최근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혼란한 파키스탄 정세도 탈레반의 부활을 돕는 것으로 분석했다. 탈레반은 파키스탄의 반정부 이슬람 세력과 손잡고 파키스탄 서북부 지역까지 세력을 확대했다. 알카에다와 함께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아우르는 ‘이슬람 연합체’를 결성하겠다는 선언도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 치안상황이 점차 개선되면서 국제 이슬람 과격세력이 아프간을 ‘글로벌 지하드(성전)’의 전초기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탈레반에게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의 전투 경험과 자금, 무장력으로 탈레반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으며 내년 봄에는 주요 도시의 완벽한 장악을 목표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아시아타임스도 최근 ‘네오탈레반의 출현’이라는 기사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1년 전과 달리 탈레반은 체계적인 조직과 잘 훈련된 병력, 새로운 활력을 갖추고 있다”며 “지원자가 넘쳐나 고민할 정도”라고 전했다.

센리스 보고서는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승리한다면 이는 국제안보의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현재 4만 명 수준인 NATO군의 병력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파키스탄에도 병력을 증강해 동시작전을 펼쳐야 하며 아프간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재건작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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