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명품 신도시다]<1>독일 포츠다머플라츠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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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터에 조성된 신도시 포츠다머플라츠의 모습. 옛 동독과 서독을 잇는 중심축에 건설된 이 도시는 신도시로는 작은 편이지만 고밀도 복합 개발로 업무 문화 주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사진 제공 베를린파트너 FTB포토그래픽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터에 조성된 신도시 포츠다머플라츠의 모습. 옛 동독과 서독을 잇는 중심축에 건설된 이 도시는 신도시로는 작은 편이지만 고밀도 복합 개발로 업무 문화 주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사진 제공 베를린파트너 FTB포토그래픽
17일 독일 베를린 시 동남쪽 ‘포츠다머플라츠 신도시’ 외곽. 반쯤 허물어진 담장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사진이 걸려 있다. 베를린 장벽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사진전’이다. 중심부로 접어들면 돔형 유리지붕이 눈길을 끈다.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소니센터다. 다임러벤츠, ABB 등 기업 건물 사이로 베를린영화제 주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극장이 보인다. 그 뒤편은 고급 주택가다.

이 신도시에는 이처럼 업무 상업 문화 레저 주거 등 다양한 기능이 한데 모여 있다. 이 때문에 포츠다머플라츠는 ‘유럽형 복합신도시’의 모델로 꼽힌다. 베를린 시 도시개발국 게르하르트 슈타니로프스키 부국장은 “기존 대도시 기능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복합타운이 최근 유럽의 도시 개발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 베를린 장벽에 들어선 복합기능 도시

포츠다머플라츠 거리의 바닥에는 돌로 표시된 선이 있다. 옛 베를린 장벽을 따라 그은 이 선은 포츠다머플라츠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 선은 포츠다머플라츠 신도시의 출발점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그 주변에 51만 m² 규모의 거대한 공터가 생겼다. 분단 이전 업무, 상업 중심지였던 이곳은 장벽이 생긴 뒤 방치됐다.

동베를린 정부에서 13년간 일했던 슈타니로프스키 부국장은 “통일 직후 포츠다머플라츠 지역 개발을 놓고 3년 동안 시 정부와 전문가, 투자가 등이 토론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쟁점은 ‘미국식 단일기능’으로 개발할 것이냐, ‘유럽식 복합기능’을 선택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일부 전문가는 한두 종류의 시설을 집중하는 미국식 개발을 원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업무 상업 주거 문화 등을 모은 복합 개발을 요구했다.

베를린공대 도시계획과 니콜라이 로스캄 연구원은 “결론은 복합기능 도시였다”며 “갑자기 거대 주택지 또는 업무중심 도시를 만들어 놓고 ‘여기에서 살거나 일하라’는 방식은 실패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들은 업무시설만을 고집했지만 베를린 당국은 업무 50%, 상업 20%, 주거 20%, 문화 10% 등으로 도시 기능을 배분했다.



○ 지방 정부 주도의 ‘자율과 관리’

베를린 시의 도시 개발은 ‘역피라미드’ 방식이다. 주(州)와 시(市)의 지위를 함께 갖고 있는 베를린 정부가 큰 방향을 정한 뒤 국제공모를 통해 건물 높이 등 도시 기본 계획을 결정하고 다시 투자가들이 세부 개발 계획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독일 연방정부의 역할은 사업의 국가적 의미를 판단해 자금을 지원하는 데 그친다.

독일경제연구소(DIW) 산업·혁신 분과의 마르틴 괴르니크 수석연구원은 “개발 수요는 해당 지방 정부가 제일 잘 안다”며 “신도시 등 대규모 사업을 중앙 정부가 막거나 간섭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1991년 10월 국제공모에서 당선된 힐머 앤드 새틀러사(社)는 “고밀도와 다양성을 가진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다음은 토지를 매입한 기업의 몫. 다임러벤츠, 소니, ABB 등 거대 기업들은 자체 국제공모를 통해 도시의 상징물이 될 만한 건물들을 지었다. 이 과정에서 베를린 시 정부는 ‘복합기능, 고밀도, 다양성’이라는 원칙을 지키는지만 확인하며 지켜봤다.

○ 규제보다는 효율성

베를린 서남쪽 중심부에서 20유로(약 2만7600원)를 내고 탄 베를린 시내 관광버스는 10분 남짓 만에 포츠다머플라츠에 도착했다.

이 버스가 지나는 15곳의 경유지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이곳에서 내렸다. 인기가 높은 이유는 소니센터 등 높이 100m가 넘는 아름다운 건축물 때문이었다.

베를린은 문화재가 많아 건물 높이가 최고 35m로 제한돼 있다. 힐머 앤드 새틀러는 “포츠다머플라츠에서는 80m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소니와 독일철도(DB) 등 기업들은 한술 더 떠 101m와 103m 건물을 짓겠다고 나섰다.

베를린 시는 “필요하다면 기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며 투자가들의 손을 들어 줬다. 또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올려 거대 기업이 몰려들게 만들었다.

소니, 다임러벤츠 등 10여 개 기업은 경쟁적으로 랜드마크 빌딩의 건축에 나서면서 포츠다머플라츠에 54억3000만 유로(약 7조4852억 원)를 투자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학과 도시계획학 박사인 괴르니크 연구원은 “도시 경쟁력의 핵심은 경제적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포츠다머플라츠 개발은 1989년부터 시작됐지만 여전히 공터가 남아 있다. 많은 건물이 2000∼2005년 완공됐지만 개발은 진행형인 셈이다.

로스캄 연구원은 “새로운 도시 조성은 오랜 시간을 두고 기능을 보완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며 “한국도 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쳐 신도시를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베를린=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신도시 전문가’ 엘케 팔웨버 베를린 공대 교수

건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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