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의 허브, 영국 런던 ‘더 시티’를 가다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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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지하철 ‘뱅크’ 역 앞에서 본 더 시티(The City) 모습. 오른쪽 그리스 양식의 건물이 옛 증권거래소이고 바로 뒤 회색 건물은 ‘타워 42’다.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공사용 크레인과 고층건물들이 세계 금융허브 위상을 되찾은 더 시티의 활력을 보여 주고 있다. 런던=김상운 기자
영국 런던 지하철 ‘뱅크’ 역 앞에서 본 더 시티(The City) 모습. 오른쪽 그리스 양식의 건물이 옛 증권거래소이고 바로 뒤 회색 건물은 ‘타워 42’다.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공사용 크레인과 고층건물들이 세계 금융허브 위상을 되찾은 더 시티의 활력을 보여 주고 있다. 런던=김상운 기자
“유연한 규제, 개방적 문화

금융이 영국 먹여 살린다”

영국 런던의 금융특구 ‘더 시티(The City)’.

지하철 ‘뱅크’ 역을 나서자 고풍스러운 옛 증권거래소 건물 뒤편의 거대한 공사용 크레인이 시선을 끌었다. 이미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터라 새로 땅을 확보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 기존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층수를 높여 빌딩을 새로 짓는 공사장이 즐비했다.

더 시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뉴욕에 빼앗겼던 세계 최고의 금융 허브 자리를 최근 되찾은 런던의 금융 중심가. 대형 투자은행들의 집결지인 이곳은 요즘도 유가 상승으로 세력이 커진 중동계 헤지펀드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 세계 각국 인재들 끌어들여

더 시티에서 가장 높은 업무용 건물인 ‘타워 42’ 앞은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마시모 토사토 부회장은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이는 개방적인 문화가 런던 금융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런던이 미국 뉴욕을 제치고 다시 세계 금융허브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로 △우수한 금융 인력을 배출하는 교육제도 △개방적인 문화와 영어 사용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투명한 금융규제를 꼽았다.

세계 각지의 우수 인력들이 더불어 일하려면 영어는 기본이라는 것. 또 다양한 국적의 금융회사를 유치하려면 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가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영국이 미국보다 외국인에 대한 세제(稅制) 혜택이 많은 것도 중요한 차이라고 덧붙였다.

○ 기업공개 규모 뉴욕 제쳐

국내 증권사의 런던법인장들도 유연한 금융규제를 런던의 장점으로 꼽았다.

대우증권 김홍욱 런던법인장은 “미국이 2002년 엔론 회계부정 사태 이후 상장심사나 기업공시 규정 등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 반면 영국은 상대적으로 진입규제가 덜해 런던 증시가 각광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이일형 런던법인장은 “영국은 금융부문이 실물경제 대신 국가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런던 증시의 지난해 기업공개(IPO) 규모는 369억 달러로 뉴욕(262억 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일부 우량 중소기업도 코스닥시장을 제쳐두고 영국의 코스닥 격인 ‘AIM’에 상장하기 위해 문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영국 금융당국이 물러터진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신규 금융상품에 대한 승인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투자자 보호는 철저하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올해 1월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GE캐피털에 벌금 61만 파운드(약 11억6000만 원)를 부과했다.

국내 증권사의 현지법인장들은 “한국 금융시장의 각종 규제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 한국이 동북아 금융 허브로 도약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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