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 탈피 시사… 진화하는 ‘세계의 공장’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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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17차 당대회 ‘경제체질 강화’ 천명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장(黨章·당 헌법)에 삽입된 ‘과학 발전관’은 앞으로 중국 경제의 방향을 읽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 발전관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발전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경제의 중점이 ‘성장에서 분배로’ 바뀐 것은 아니다.》

○ 핵심은 경제의 체질 개선

과학 발전관은 중국 경제의 체질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공해 물질을 많이 배출해도 눈감아 주던 성장 일변도 시대에서 벗어나 경제의 질을 선진국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중국에 진출한 상당수 한국 중소기업도 이 같은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진출 업체들 중에는 공해 물질 배출이 많은 업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화 사회의 실현을 위해 빈부 및 도농(都農) 격차 해소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재정 및 금융 분야는 앞으로 대대적인 개혁 및 수술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15일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 친화형 사회를 건설하며 속도와 구조, 품질, 효율을 모두 고려하고 경제 발전과 인구, 자원, 환경의 조화를 생각하는 것이 과학 발전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 주석은 “이런 성장 방식을 통해서만 인민이 양호한 생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고 영속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 강조의 방점은 여전히 성장

후 주석이 집권 2기 청사진에서 ‘유하오유콰이(又好又快·좋고 빠르게)’를 외쳤지만 강조의 방점은 여전히 분배보다는 성장 쪽이다.

즉,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성장 일변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자는 취지이지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분배를 더 중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후 주석은 “당의 최우선 과제는 (여전히) 발전”이라며 “발전이야말로 (그런대로 먹고살 만한) 샤오캉(小康) 사회의 전면적인 실현과 사회주의 현대화의 결정적 요소”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인민의 생활수준 상승 욕구와 낙후된 생산력 사이의 모순은 결코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중국은 장기간 사회주의 초급 단계에 처할 것”이라며 당원들에게 자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 갈 터

후 주석은 민주정치를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하면서도 공산당 우위의 기존 정치 틀은 절대 바꾸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특히 21일 개정한 당장에서 “경제 발전이라는 하나의 중심과 개혁개방과 ‘4항 원칙’이라는 ‘2개 기본점’을 반드시 고수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을 걸어 가겠다”고 천명했다.

4항 원칙이란 덩샤오핑(鄧小平)이 제기한 것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견지, 사회주의 노선 견지, 인민민주 독재 견지, 공산당 영도 견지를 말한다.

중국 공산당은 이 같은 성장 방식의 전환을 통해 2020년까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3000∼5000달러의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되 2049년까지 현대화된 사회주의 국가, 즉 선진국으로 진입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권력구도 변화는

퇀파이 - 상하이방 - 태자당 3分

후진타오, 타협의 정치 불가피

후진타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공산당의 핵심 기관인 중앙위원회 구성에서 종전의 최고 권력자들과 달리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기반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후 주석은 집권 2기(2007년 말∼2012년 말)에도 다른 계파와의 타협과 협상을 통해 정치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발표된 중국 공산당의 최고기관인 제17기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의 면면을 보면 크게 3계파로 ‘황금분할’됐다는 게 정치 분석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후 주석을 필두로 한 ‘퇀파이(團派·중국 공산주의청년단 계열)’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영수로 하는 상하이방(上海幇), 이번에 상무위원에서 물러나는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을 핵심으로 한 태자당(太子黨) 등 3계파가 각각 상당한 지분을 지니고 독자세력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17기 중앙위원회에서 괄목한 만한 약진을 한 것은 후 주석 계열의 퇀파이다. 이번에 상무위원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 성 당 서기와 정치국 진입이 예상되는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江蘇) 성 당 서기, 류옌둥(劉延東) 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 부장 등이 모두 퇀파이다.

또 현재 정치국원인 왕자오궈(王兆國)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과 왕양(汪洋) 충칭(重慶) 시 서기, 링지화(令計劃) 중앙판공청 주임도 후 주석 계열이다.

이들은 대부분 고학력자가 많고 업무에 성실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행정 경험 부족으로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고 경제 분야 전문가가 적다는 게 단점이다.

쩡 주석을 필두로 한 태자당도 선전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이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 시 서기와 위정성(兪正聲) 후베이(湖北) 성 서기 등이 태자당으로 꼽힌다.

또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 저우융캉(周永康) 공안부장, 왕치산(王岐山) 베이징(北京) 시장, 마카이(馬凱)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도 태자당이다. 이들은 혁명 원로나 고위 간부의 자제들로 개혁개방을 틈타 당정과 경제 분야에서 기반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쩡 부주석이 퇴진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태자당 배후에서 ‘막후 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도 한다.

상하이방은 장 전 주석의 강력한 지원 속에 여전히 강력한 계파 중의 하나로 세력을 유지했다.

상하이방은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상무위원장과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리창춘(李長春) 선전 및 이데올로기 담당 상무위원, 장더장(張德江) 광둥(廣東) 성 서기, 한정(韓正) 상하이 시장 등이다.

당초 집권 2기엔 후 주석이 단일 친정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중앙위원 명단을 보면 일방적 독주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문화대혁명은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 얼마나 큰 폐해를 불러올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며 “앞으로 중국의 정치권력은 집단지도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라고 보도했다.

이번에 차차기 지도자 그룹인 6세대 인사까지 중앙위원에 들어간 것은 인사가 단순한 계파 간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최고지도부의 ‘심모원려(深謀遠慮)’ 속에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한편 조선족은 김진길(金振吉) 지린(吉林) 성 부성장과 전철수(全哲洙·55) 전국 공상련 당조 서기 겸 부주석 등 후보위원만 2명을 갖게 됐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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