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인권외교 오락가락

  • 입력 2007년 10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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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인권외교가 들쭉날쭉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부시 대통령은 16일 중국이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은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에서 만나고, 이튿날에는 의회가 그에게 수여하는 자유메달 시상식에는 직접 동행한다.

백악관은 ‘비공식 일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중국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의 친구’라는 푸틴 대통령 체제에 반대하는 인권운동가를 만나 ‘러시아의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했다.

여기까지는 부시 대통령이 2005년 초 2기 행정부 취임연설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전 세계에 확산 시키겠다”고 천명한 인권외교 원칙에 잘 부합한다.

그러나 지난주 하원 외교위원회가 통과시킨 ‘아르메니아 학살규탄 결의안’을 다루는 부시 행정부의 방식은 달랐다. 이 결의안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튀르크 제국(지금의 터키)이 영토 내에 거주했던 소수 민족인 아르메니아인들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자행한 게 사실이라는 내용이다. 올여름 하원이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일본 종군위안부 결의안’과 비슷하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은 결의안 처리 전과 후에 2차례에 걸쳐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 정부는 13일 터키 대사를 지낸 에릭 에덜먼 국방차관과 댄 프리드 국무부 차관보를 터키에 급파해 결의안에 반발하는 터키 달래기에 나섰다. 또 행정부 인사들은 “어떻게든 하원 전체회의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은 막겠다”고 했다.

이는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터키가 이라크로 가는 미 군수물자의 70%의 운송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등의 불인 이라크전쟁 때문에 큰 외교원칙을 접고 있는 것을 보여 준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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