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 곤봉 vs 디지털…미얀마 시위 동영상-블로그로 전파

동아일보 입력 2007-10-05 03:01수정 2016-01-2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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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미얀마 민주화 시위 당시 군부 정권은 국경을 폐쇄하고 도로를 봉쇄하며 전화선을 차단한 뒤 시위대를 진압했다. 외부로 나가는 정보를 차단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하지 않고 강경 대응할 수 있었다.

최근 시위도 군정이 강력 진압한 점은 같다. 그러나 이들은 19년 전과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3일 보도했다. ‘외부 세계가 사태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현실이 그것.

IHT는 총과 곤봉을 동원한 군정의 ‘옛날식 진압 방식’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저항 기술’에 부닥쳤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지난달 아웅산 수치 여사의 집 앞에 모여든 승려들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 일본인 사진 기자 나가이 겐지 씨가 숨지던 순간도 동영상으로 기록됐다. 이 사진과 동영상들은 인터넷으로 외국 대사관, 비정부기구 등에 전달됐고 외국 언론에 공개됐다. 현지 소식도 e메일이나 블로그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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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정에 더 위협적인 사실은 이 뉴스와 화면들이 미얀마로 다시 흘러들어온다는 점. 이는 관제 언론의 일방적 소식밖에 접하지 못해 온 대중이 사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프랭크 모레티 컬럼비아대 뉴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이제 사진을 구할 수 없는 사건이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 전문가 필립 나이틀리 씨는 “오늘날에는 모든 시민이 종군기자”라고 강조했다.

당황한 군정은 지난 주말 미얀마 인터넷 망을 차단했다. 해외 반정부 단체들의 웹 사이트에 대해 해킹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 창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인터넷을 차단함으로써 감출 게 있다는 사실을 군정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해석했다.

인터넷이 차단되면 관광산업이나 기업들의 비즈니스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군정이 이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곧 다시 개통되고 정부 저항세력도 다시 세계와 연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체포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위는 이번 주 들어 완전히 중단됐다. 그러나 서방 외교관들은 4일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시민들의 불만이 사라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한 미국 외교관은 “시위를 펼쳤던 사람들에 대한 탄압으로 여전히 분노가 고조돼 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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