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정전… 가스폭발… 여기 뉴욕 맞아?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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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강타…도심 쑥대밭8일 오전 뉴욕 브루클린에 불어 닥친 토네이도로 집이 파괴되고 나무가 뽑히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잔해가 어지럽게 널린 피해 현장을 한 주민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토네이도 강타…도심 쑥대밭
8일 오전 뉴욕 브루클린에 불어 닥친 토네이도로 집이 파괴되고 나무가 뽑히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잔해가 어지럽게 널린 피해 현장을 한 주민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뉴욕이 맞나요?”

“도시 전체가 역겹다.”

최근 체감온도 기준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싸우고 있는 뉴요커들은 8일 최악의 출근대란을 겪은 뒤 이같이 불만을 터뜨렸다.

뉴욕은 다른 미국 도시들에 비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이날 출근시간대에 뉴욕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지하철이 대부분 멈춰 섰다. 오전 한때 지하철 펜실베이니아 역에는 ‘퀸스 방향 1, 2, 3, 4, 5, 6, 7, N, R, S, Q, W, V, F, L, J 노선 전철 운행중단’이라는 팻말이 내걸렸다.

원인은 이날 새벽에 내린 기습폭우였다. 오전 6시부터 7시 사이 센트럴파크 기준으로 강수량 43mm의 폭우가 내리면서 지하철이 침수돼 운행이 불가능해진 것. 한꺼번에 내린 폭우를 지하철 배수펌프가 감당하지 못해 생긴 결과였다.

뉴저지 주와 맨해튼을 연결하는 일부 철도 노선도 한 시간 이상 폐쇄됐다. 맨해튼으로 연결되는 도로 곳곳이 침수돼 출근길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승객들이 몰리면서 버스는 출근시간 내내 콩나물시루 상태로 운행됐다.

당연히 대부분의 직장에서 지각 사태가 속출해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무더위 속에 출근전쟁을 치른 뉴요커들은 “어떻게 기습폭우 한 번으로 대중교통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느냐”며 시 당국을 성토했다. 지하철 운행은 오후에 들어서면서 대부분 정상화됐다.

뉴욕은 미국을 넘어 세계의 경제 및 문화수도를 자처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의외로 취약한 도시 인프라가 드러날 때가 많다. 2004년에도 새벽에 내린 기습폭우로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된 일이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전력사용량이 폭증하면서 퀸스 등 일부 지역에서 일주일 이상 대형 정전사태가 계속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를 겪기도 했다. 8일에도 일부 지역에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이처럼 인프라가 취약한 것은 지하철, 전력망, 빌딩 등이 모두 오래전에 ‘선진적’으로 건설된 탓에 세월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어떤 곳보다도 노후한 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하철 플랫폼은 지금도 냉난방이 제대로 안 돼 여름에는 찜질방, 겨울엔 냉동창고를 연상시킨다.

지난달 뉴욕시민들을 테러 공포로 몰아넣었던 증기파이프 폭발사고도 맨해튼의 지하 증기파이프 시스템이 1920년대에 설치돼 낡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오전 뉴욕 브루클린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력한 토네이도가 상륙해 많은 주택과 차량이 파손됐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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