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軍, 인질 구출작전 개시說… 한때 초긴장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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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 방송은 22일 아프가니스탄군과 다국적군이 이날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들이 억류되어 있는 카라바그 지역을 포위하기 위해 부대를 이동했다는 뉴스와 함께 사진의 장면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장면이 22일 진행된 상황인지 자료화면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 출처 알자지라 홈페이지
알자지라 방송은 22일 아프가니스탄군과 다국적군이 이날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들이 억류되어 있는 카라바그 지역을 포위하기 위해 부대를 이동했다는 뉴스와 함께 사진의 장면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장면이 22일 진행된 상황인지 자료화면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 출처 알자지라 홈페이지
《탈레반이 협상 시한을 24시간 연장하기 직전까지 22일 하루 동안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는 군 작전 개시, 다각도의 협상 개시 등 여러 가지 움직임과 관련 보도가 시시각각 엇갈리면서 숨 막히는 긴장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오후 아프간군, 다국적군 등의 병력이 납치 세력의 거점으로 지목된 가즈니 주 카라바그 지역으로 집결하면서 긴박감이 고조됐다. 아프간 국방부는 한때 대변인을 통해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이 개시됐다”고 밝혔다가 곧 이어 “전산 오류로 잘못 전달된 내용이며 작전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공식 부인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 대책반이 현지에 도착해 협상에 착수했고 탈레반은 2차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이날 오후 11시 30분경 협상 시한 연장을 발표했다.》

▽병력 집결로 긴장 고조=이날 오후 AFP, DPA 등 외신은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인 모하마드 자히르 아지미 장군의 말을 인용해 “아프간 군, 경찰, 정보요원과 다국적군이 가즈니 주의 카라바그 지역에서 합동 작전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DPA도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이 한국인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카라바그 지역의 한 마을을 에워쌌다”고 보도했다. DPA는 “군대가 이 지역에 대한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아지미 장군의 말을 전했다.

이런 보도가 있은 지 몇 시간 뒤 아프간 국방부가 “작전이 아직 개시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병력 이동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 방송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과 아프간군이 기관총을 장착한 지프를 타거나 무장한 채 대열을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독점 촬영해 보도했다. 이 방송은 “아프간 국방부는 공식으로 한국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부인했지만 취재 결과 나토군과 아프간군이 연합으로 병력을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AP도 “아프간군과 다국적군이 해당 지역 봉쇄에 나섰다”고 타전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명령을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작전의 첫 단계는 시작됐다”고 했던 아지미 대변인의 말을 들어 작전이 개시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지미 대변인은 또 “명령이 떨어지면 곧바로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군 소속 데이비드 어세타 중령은 AP에 “우리는 아프간과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을 때만 구출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결렬 대비용?=작전이 개시됐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자 아프간 국방부는 또 다른 대변인을 내세워 “전산 오류 때문에 잘못 전달된 내용”이라며 작전이 개시되지 않았다고 공식 부인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가즈니 주지사와 아프간 주둔 미군, 나토군도 모두 이런 작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병력이 한국인 인질이 억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통하는 길을 봉쇄했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병력을 철수하고 있다”며 구출 작전을 폈다가 인질의 안전 문제가 부각되자 철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다른 분석가들은 “공식 작전이 개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납치세력의 거점 봉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협상 결렬 시 무장 세력이 인질들을 살해할 것에 대비해 즉시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무장세력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병력을 이동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납치 세력에 거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압박을 가함으로써 인질 석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라는 것. 탈레반 무장세력이 아프간군의 인질 구출 작전 감행 시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한 만큼 무리한 작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해석이다.

탈레반은 21일에도 “아프간 정부와 정보기관이 인질 구출 작전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만약 구출 작전을 편다면 이들 인질을 바로 처형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납치범 거점은 확인=작전 개시 여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긴 했지만 아프간군과 다국적군 등이 납치 세력의 거점은 분명히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 현지 경찰은 알자지라 특파원에게 “우리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즈니 지방의 한 정부 관리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디에 인질들이 잡혀 있는지 안다”고 확인해 줬다. 그는 또 “이 지역 부족 지도자들이 납치범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AP도 한국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협상팀이 중재자를 통해 탈레반과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뉴스통신사인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는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는 가즈니 주의회 의원들과 지역 명사들을 동원해 탈레반들과 한국인 석방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숨 가쁜 시간이 흐른 오후 11시 30분경 ‘협상 시한을 24시간 연장한다’는 탈레반의 극적인 발표가 나오면서 한국 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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