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히틀러 암살시도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獨 63년만에 추모행사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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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전 일어난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을 기념해 하랄트 링슈토르프 독일 상원의장이 베를린 시내에 있는 제3제국 저항운동 기념판에 화환을 바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63년 전 일어난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을 기념해 하랄트 링슈토르프 독일 상원의장이 베를린 시내에 있는 제3제국 저항운동 기념판에 화환을 바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독일 역사의 가장 위대한 날 중 하나였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와 독일군 신병 450명이 20일 베를린에서 63년 전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사진) 대령 주도로 일어난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을 기리는 행사를 가졌다. 콜 전 총리는 기념사에서 “당시 사건은 군인들에게 절대복종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며 “반(反)히틀러 저항의 기억은 독일의 젊은 세대가 평화의 통일 유럽을 건설하는 데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1944년 이날 동프로이센 라스텐부르크(지금의 폴란드 켕트신)의 총통 지휘소에서는 히틀러의 목숨을 노린 폭탄이 터졌다.

그러나 히틀러는 가벼운 부상만 입었고 사건을 주도한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당일 즉결 처형됐다. 사건 직후 가담자에 대한 대대적 수사가 벌어져 관련자로 4000명이 처형당했다.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로멜 장군도 가담 혐의를 받고 히틀러의 강요에 따라 음독자살했다.

이 사건은 특히 최근 영화 ‘발키리’(독일명 발퀴레) 촬영이 시작되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역을 맡았지만 그가 유사종교 ‘사이언톨로지’의 신도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됐다. ‘발퀴레’는 당시 히틀러를 죽이고 독일 임시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쓰인 작전명이다.

암살사건 가담자 중 유일한 생존 인물인 필리프 폰 뵈제라거(89) 남작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전후의 독일인은 당시 사건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불편한 심경을 표현하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지금 세대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영웅이 됐다”고 말했다.

행사는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처형된 국방부 내 기념비 앞에서 열렸다. 영화 ‘발키리’ 제작팀은 행사장 접근이 금지됐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후손들은 톰 크루즈가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역을 맡는 것에 의견이 갈렸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아들인 베르톨트 씨는 “사이비 종교의 신자가 아버지 역을 맡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손자인 필리프 씨는 독일군 부관 역할을 맡아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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