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소설가 “메모리 혁명 힘입어 진짜 역사 시작”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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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8세기 무렵 일어나 유럽 대륙을 호령한 로마제국. 18세기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로 그 대략을 살펴볼 수 있다. 기원전 37년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활약도 1145년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를 통해 알 수 있다.

모두 과거의 사실을 문자로 기록한 사서(史書) 덕분이다. 그러나 “역사가 과연 어디까지 사실(史實) 아닌 사실(事實)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영국의 유명한 공상과학소설가 찰스 스트로스(43) 씨는 “머지않은 미래에 모든 일을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게 돼 비로소 ‘진정한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최근 영국 BBC 칼럼에서 주장했다. 기록 매체와 저장 기술의 급속한 발전 덕분에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일어난 모든 사건’을 실제처럼 살펴볼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스트로스 씨는 “인류가 문자를 갖게 된 것이 5000년 전이지만 지금도 기억되는 것보다 잊혀지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에 미래의 눈으로 보면 과거와 현재는 ‘암흑시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책 한 권의 정보량은 약 1MB(메가바이트). 1990년대에 700MB 용량의 CD 한 장에는 책 700권을 넣을 수 있었다. 최근 등장한 동일한 크기의 ‘블루레이’ 디스크에는 책 5만 권이 들어간다.

현재 양산되는 최대 용량의 반도체(낸드플래시메모리)는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말부터 만들고 있는 16Gb(기가비트)짜리. 이를 이용해 32GB(기가 바이트) 메모리카드를 만들면 손톱보다 작은 공간에 책 3만 권이나 DVD급 영화 20편(약 32시간 분량)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도 단지 회고담에 그칠 날이 멀지 않았다. 굵기가 수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하면 1g 정도의 메모리 안에 PC 110억 대의 분량과 맞먹는 88만7808PB(페타바이트·1PB는 100만 GB)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2003년 인류가 기록한 모든 데이터는 대략 2만2000PB. PC 2800만 대 분량이지만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모래 입자 크기의 저장 장치면 충분하다고 스트로스 씨는 전망했다.

스트로스 씨는 “(영국에서) 개인의 일상을 비디오와 오디오로 저장하는 데 연간 1만 GB 정도면 충분하다”며 10년 안에 영국에서 10파운드(약 1만8000원) 정도의 가격에 이 정도의 용량을 가진 장치가 지금의 휴대전화처럼 보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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