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구궁에 입점한 스타벅스는 2년 전 중국인들 사이에서 문화 훼손 논란이 일자 외부의 초록색 간판을 떼어낸 뒤 영업을 계속했다.
하지만 올해 1월 12일 중국 중앙방송인 CCTV의 영어채널 앵커인 루이청강(芮成剛)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구궁에 스타벅스를 두는 건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를 몰아내자고 글을 올리면서 다시 논란이 벌어졌다.
루이 씨의 제의에 호응한 누리꾼 수십만 명이 온라인 퇴출운동에 참여했다. 구궁박물관은 결국 여론에 밀려 스타벅스를 퇴출시킨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년이나 계약기간이 남은 스타벅스 구궁점을 곧바로 몰아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구궁박물관은 스타벅스라는 상표를 지우고 중국산 다른 커피와 차도 함께 팔 것을 스타벅스에 제안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이름을 숨기고 팔 수는 없다”며 철수를 선언했다.
구궁박물관의 리원루(李文儒) 부원장은 13일 “4, 5종의 다른 커피와 함께 팔 것을 권유했지만 스타벅스가 자사의 커피만 팔게 해 달라고 요구해 퇴출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다수 중국인은 이에 대해 “중국인의 자존심을 회복했다”며 흐뭇해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포용력과 관용의 부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베이징(北京)청년보의 차이팡화(蔡方華) 평론원은 “스타벅스를 구궁에서 몰아낸 게 중국 전통문화의 승리라고 볼 수 있느냐”며 “스타벅스가 미국 저질 음식문화의 상징이라면 구궁 내의 많은 싸구려 판매점은 뭐라 말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1999년 1월 중국 대륙에 처음 진출한 스타벅스는 현재 22개 대도시에 23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대만과 홍콩 마카오를 포함하면 매장은 500개가 넘는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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