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전망 쑥 ↑… 체감경기는 뚝 ↓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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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경제지표는 경기 호황을 나타내고 있지만 실제로 국민은 더욱 살림이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대기업은 경기가 회복돼 상승세라고 보지만 중소기업이나 일반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 어려웠다.

이처럼 낙관적 거시 경제 전망과 체감 경기가 다른 것은 일본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소득 격차 등 ‘격차사회(隔差社會·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따로따로인 장밋빛 지표와 체감지수=일본은행이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 단칸(短觀·기업 단기 경제관측조사)지수는 대기업의 제조업 분야가 23, 비제조업은 22로 경기 상승에 대한 낙관이 월등히 높았다. 이 같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2씩 오른 것이다.

2001년 2분기에는 대기업의 제조업 단칸 지수가 ―16이었다. 단칸지수는 일본은행이 전국 1만 개 기업을 상대로 3개월마다 조사한다.

지수는 각 기업이 경기를 ‘좋다’고 답한 비율에서 ‘나쁘다’고 답한 비율을 뺀 수치. 따라서 수치가 클수록 경기를 더 낙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본 아사히신문이 12일 창간 125주년을 맞아 도쿄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참의원 선거 유권자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42%가 지난해에 비해 ‘살림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12일 발표된 이 자료에서 ‘변함없다’가 52%였으며 ‘좋아졌다’는 6%에 불과했다.

또 지난달 일본의 기업 파산 신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4%나 늘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만도 53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6% 올랐으며 9개월 연속 파산 신청이 상승했다.

▽심해지는 일본판 ‘양극화’=AP통신은 최근 몇 년간 일본 경기의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이는 자동차업체 등 대기업이나 수출기업에 한정된다고 11일 보도했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과 소매업자의 파산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

일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업원 등 사회 구성원 간의 소득 소비 재산의 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격차사회’ 현상은 점차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격차사회’는 지난해 일본에서 ‘유행어 대상 톱 10’에 뽑히기도 했다.

일본의 ‘격차사회’ 현상은 1980년대 부동산과 증권으로 벼락부자가 늘어난 거품경제에서 비롯됐다. 1990년대에는 장기 불황으로 조기 퇴직자와 비정규직이 급증해 이 ‘격차’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살림이 나빠졌다’는 대답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일본의 백만장자는 147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5.1% 증가했다. ‘격차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파이낸셜타임스도 13일 최근 5년간 일본 경기가 상승했지만 이는 대도시에 한정될 뿐, 지방 도시와는 무관하다며 도시 간 ‘격차’ 현상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러한 영향으로 이달 말 일본 참의원 선거에선 자민당이 텃밭인 지방 선거구에서 고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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