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美 독립기념일 뒤덮은 ‘메이드 인 차이나’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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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밤 미국 내 대부분의 도시에선 밤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불꽃을 감상할 수 있다.

NBC방송은 올해도 미 최대 규모이자 뉴욕의 명물인 메이시 백화점 주관의 불꽃놀이 등 미 전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꽃놀이 행사 실황을 중계할 예정이다.

독립기념일 하루 전인 3일 밤부터 집집마다 뒷마당에서 쏘아 올린 폭죽으로 도처에서 “펑, 펑” 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미국인들은 불꽃놀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독립기념일을 경축하기 위해 사용되는 불꽃놀이용 폭죽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미국은 2005년 기준으로 모두 2억1100만 달러에 이르는 불꽃놀이용 폭죽을 수입했다. 이 중 95.7%인 2억190만 달러어치가 ‘메이드 인 차이나’였다.

이뿐만 아니다. 2005년 한 해 동안 미국이 수입한 성조기는 550만 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91%인 500만 달러어치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산 성조기의 대부분은 독립기념일에 사용됐다.

미 독립기념일에 중국산 폭죽이 미국의 하늘을 밝히고, 중국산 성조기가 미국의 거리를 뒤덮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미국 내 일각에서는 국기의 상징성을 감안해 성조기만이라도 미국산을 쓰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네소타 주가 최근 주내 모든 상점에 미국산 성조기만 판매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 다른 주들도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거나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인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이런 운동이 실제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미 미국에서는 중국산 제품을 외면하고는 생활하기 힘들 정도다. 최근 미국의 한 기자는 중국산 물품을 쓰지 않고 1년을 보낸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바탕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 없는 1년’이라는 책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요즘에는 중국산 제품의 유해성 유무를 놓고 미중 간에 새로운 무역 갈등이 조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 간 교역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산 폭죽과 성조기로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미국의 현실은 최강대국인 미국, 그리고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소비자에게 제품의 원산지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실속이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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