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지도자감이 없네”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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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디스 자틀레르스가 누구더라?”

유럽인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름이지만 그는 지난달 말 선출된 라트비아의 신임 대통령이다. 수도 리가에서 가장 큰 외과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이지만 행정 경험은 전무하다.

열렬한 지지자들조차도 그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라는 공적을 남긴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자격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동유럽의 옛 공산권 국가들이 강력한 개혁으로 경제 성장을 이뤄 낼 번듯한 지도자가 없어 문제’라고 전했다. 서유럽은 정치적 세대교체를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 젊고 야심만만한 지도자들이 등장했지만 이와 비교할 때 동유럽의 인재난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폴란드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나 체코의 벨벳 혁명을 주도한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 같은 국제적 인물이 있었다. 이보다는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전 대통령, 러시아의 예고르 가이다르 전 총리, 슬로바키아의 미쿨라시 주린다 총리도 자국의 경제 개혁을 주도한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 동유럽 국가 지도자 가운데 국제무대에 알려진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옛 소련 위성국을 대표해 러시아에 저항하는 에스토니아의 토마스 헨드리크 일베스 대통령 정도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서유럽 국가들을 따라잡으려면 공공부문의 개혁을 통해 경제 발전을 견인할 강력한 정부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동유럽의 정치 구조가 유능한 정치 신인의 등장을 가로막는 탓에 세대교체마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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