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 집권 실패한건 公私 못가린 루아얄 탓”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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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여성 억압에 주목하자며 1960년대 여권 운동가들이 내세운 슬로건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사회당 대선 주자였던 세골렌 루아얄(53·사진) 의원이 60년대의 이 같은 슬로건을 “정치적인 것이 개인적인 것이다”로 바꾸어 놓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뒤 동거남인 프랑수아 올랑드(52) 사회당 당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치며 공사(公私)를 넘나드는 행보를 빗댄 것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25일 ‘프랑스의 사랑의 삼각지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치인의 사생활을 묻지 않는 것은 프랑스의 오랜 정치적 전통이지만 루아얄 커플의 불화는 사회당의 집권에 상당한 지장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사적 다툼이 선거 참모들에게는 위험이 도사린 ‘버뮤다 삼각지대’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 사설은 특히 루아얄 의원의 기만적 태도를 비판했다. 대선 캠페인 당시 루아얄 의원은 올랑드 당수와의 결별설을 일축했다. 보수적 유권자들을 의식해 “27년간의 동거를 끝내고 2006년 로맨틱한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다”며 결혼반지를 끼고 유세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출간을 앞둔 책 ‘낙선의 무대 뒤’에서 루아얄 의원은 “그에게 집에서 나가 다른 여자와 살라고 했다”고 고백했다. 최근에는 올랑드 당수와의 결별을 공식 선언했다.

IHT는 “정치인의 사생활이 공직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유권자들은 속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BBC도 “올랑드 당수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수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올랑드의 뒤를 이어) 당권을 잡으려는 책략으로 해석된다”며 “사회당의 정치적 생명이 두 사람의 사적 관계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당원들이 못마땅해한다”고 보도했다.

칼럼니스트 주디스 워너 씨는 이날 IHT 칼럼에서 루아얄 의원이 프랑스 정치인으로는 예외적으로 사생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환경부 장관 시절에는 기자를 집으로 불러 침대에 정부 서류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갓난아기를 돌보는 사진을 찍게 했다. 대선 후보로 나선 지난해에는 비키니 차림의 늘씬한 몸매를 담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워너 씨는 “루아얄 의원의 대선 참여 후 공사를 구분하던 프랑스 정치의 전통도 막을 내리게 됐다”고 논평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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