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충성파? 보스니까 따를뿐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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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린폴리시誌주변 증언 토대 ‘라이스 다시보기’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흔히 뛰어난 지능의 흔들림 없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충성파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한다. 과연 이런 생각은 맞는 것일까?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5·6월호가 라이스 장관의 과거 보스, 동료, 친구들의 증언을 통해 이런 시각을 점검했다. 필자 마커스 메이브리 뉴스위크 취재팀장은 ‘라이스의 두 배 뛰어나기 전략(Twice as Good: Condoleezza Rice and Her Path to Power)’의 저자다.》

○ 콘디는 부시 충성파?

현재로선 맞다. 라이스 장관의 과거 보스들은 자신이 떠난 뒤 180도 다른 철학을 그가 펴는 것을 보고 한결같이 머리를 긁적여야 했다. 그의 대학 시절 정치학 교수는 “콘디는 마르크스주의자에 가까웠다”고 회상할 정도.

라이스 장관의 중심 철학은 현실주의나 이상주의 같은 것이 아닌 ‘개인적 파워’의 추구이다. 출세를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기보다는 보스의 의견에 맞춰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 퇴임 후 라이스 장관이 또 다른 변신을 한다 해도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 머리가 매우 좋다?

실제 그렇지는 않다.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라이스 장관을 면접한 뒤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그의 발언 내용이 아니라 자신감 있게 말하는 방식 때문이었다. 과거 동료 교수들도 그의 지적 능력은 평균 수준이었다고 말한다.

라이스 장관의 강점은 실행 및 발표력, 그리고 복잡한 사안을 간추려 내는 능력이었다. 2000년 대선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의 훌륭한 외교정책 가정교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능력 덕분이었다.

○ 부시 행정부 1기의 실책을 바로잡으려 한다?

아니다. 라이스 장관은 근본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 결정이 옳다고 믿는다. 그는 갈수록 악화되는 이라크 상황을 ‘새로운 중동’ 탄생의 진통으로 여기며 단지 전술적 실수만을 바로잡으려 할 뿐이다.

라이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정책이 성공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한다. 그의 주장이 진심인지는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고 다른 철학을 가진 보스와 일하겠다고 결심할 때가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대통령 출마를 원한다?

하나님의 의지라면 모를까 그렇지는 않다. 라이스 장관은 ‘하나님이 우리의 길을 인도한다’는 장로교의 예정설을 믿는다. 그는 17세 때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접은 이래 한 번도 장기 목표를 가져본 적이 없다.

친구들은 그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나 캘리포니아 주지사, 부통령 후보라면 기꺼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 출마 같은 장기 목표는 그에게 없을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믿음과 기회가 맞아떨어지는 어딘가에서 다음 발걸음을 뗄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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