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규제 용두사미 되나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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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총기 보유를 허용하는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 인터넷판은 이번 사건의 영향으로 정신질환자의 총기 구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총기 보유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기 소유가 허용된 영연방 국가 등 다른 국가도 이번 사건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지만 아직 총기 보유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미국 움직임=타임은 내년 대선에 나선 민주당 예비후보들도 실효를 거두지 못할 총기 규제 법안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정신질환자의 보유 제한’ 등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전국총기협회(NRA)의 로비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최근 CNN 래리킹 라이브에 출연해 조승희의 총기 난사와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 “문제는 총기규제법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정신이상자에 대한 관리 체계로 관심을 돌릴 때”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신이상자에 대한 총기 규제 문제는 자발성 여부에 따라 크게 갈린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피격된 지 5년 만인 1968년에 만들어진 현행 총기규제법은 가족이나 의사, 경찰 등 본인이 아닌 주변 사람에 의한 ‘비자발적인 정신병원 입원자’에 한해서만 총기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규정 때문에 2005년 자발적으로 정신병원 입원에 동의했던 조승희도 총기 구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허점이 드러났다. 타임은 앞으론 자발적인 정신병원 입원 치료자에게도 총기 구입이나 보유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규정이 보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른 나라는 왜 총기 보유를 허용하나=미국 외에도 총기 보유가 허용된 곳은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와 멕시코 브라질을 비롯한 상당수 남미 국가, 스위스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다. 총기 보유를 허용하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스위스는 대부분의 성인 남성에게 총과 실탄을 지급해 각 가정에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산악 지형이어서 전쟁 등 유사시 신속히 무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인들도 사용 목적만 신고하면 총기를 구입할 수 있지만 집 밖으로 휴대하고 나갈 때는 신고해야 한다.

1973년부터 총기 규제가 실시된 호주에서는 총기 보유를 허용하지만 총기별로 면허증이 필요하다. 2000년 규정에 어긋나게 보유한 총 66만 정을 회수한 뒤로는 총기사고가 현저히 줄었다.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는 대부분 총기 등록제를 실시해 민간이 보유하는 총기를 관리하고 있지만 불법 총기 거래로 사실상 규제에 실효성은 없다.

유엔에 따르면 2006년 세계에서 유통되는 불법 소형무기는 약 6억4000만 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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