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중국부자들의 사치 ‘사후의 세계’로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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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아방궁”… 묘지값이 아파트 한채 값

중국 선양(瀋陽)에 사는 정(鄭)모 씨는 최근 합장용 묘지 1기를 58만 위안(약 7000만 원)에 샀다. 가난하던 시절 허름하게 매장한 부모의 묘를 이장해 호화롭게 장식하기 위해서다.

외자(外資)기업의 경리로 근무하는 두(杜)모 씨는 가족용 묘지를 장만하기 위해 매달 1만 위안씩 모은다. 월수입 1만5000위안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돈이다. 나머지 5000위안으로 생활하는 게 빠듯하기는 하지만 그는 3년만 모으면 가족 묘지를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중국 전역에 호화 묘지 열풍이 불고 있다. 웬만한 도시지역 묘지는 m²당 7000∼1만3000위안을 호가한다. 이 정도면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의 아파트 가격이다. 값도 매년 5∼20%씩 주택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다.

광둥(廣東) 성 둥관(東莞) 시의 묘지는 1기당 분양가가 최소 3만 위안이다. 호화 분묘용 묘지는 100만 위안을 호가한다. m당 묘지 가격은 평균 1만 위안으로 아파트보다 배나 비싸다.

당·정 고위간부 중 일부는 지위를 이용해 초호화판 묘지를 조성하기도 한다. 장시(江西) 성 러안(樂安) 현 뉴톈(牛田) 진의 공산당 위원회 쩌우빙중(鄒炳忠) 전 서기는 재임시절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장식한 70m² 넓이의 호화 분묘를 만들었다가 최근 당국에 적발됐다. 선양에서는 심지어 20무(畝·1무는 약 201.67평)에 이르는 대형 묘지가 뒤늦게 단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호화 분묘가 성행하는 것은 개혁 개방이 30년에 접어들면서 부유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은 2050달러지만 대도시 지역은 이미 1만 달러에 근접했다. 부모의 묘를 호화롭게 꾸며야 효도를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의 전통 관념도 한몫 한다.

중국 민정부 ‘매장관리조례’에 따르면 유골 묘는 1m²를 초과할 수 없고 매장할 때는 1인은 4m², 합장은 6m²를 초과하는 묘지를 만들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기준을 초과한 묘지는 호화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철거하는 등 단속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의 가묘를 만들면 최고 50만 위안까지 벌금을 물릴 방침이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먹고살 만하면 사후의 세계까지 챙기려 하는 게 인지상정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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