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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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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여 개 대학의 총장이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매년 발표하는 대학 랭킹 평가에 집단 보이콧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 잡지의 평가가 다양한 전공과 학문의 깊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표시한 총장들은 잡지가 배포한 기초자료 작성을 거부한 데 이어 정보를 제공하지 말자는 문서까지 만들어 각 대학에 돌렸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가 12일 보도했다.
이 잡지의 대학 랭킹에 불만이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 랭킹의 영향력이 나날이 확대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고 마침내 집단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
애리조나주립대의 경우 몇 년간 랭킹이 기대보다 낮게 나오면서 총장 보수가 깎였다. 제대로 학교를 이끌었다고 자부하는 총장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잡지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 왔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뉴욕 주 브롱스빌에 있는 사라로렌스대는 신입생 선발에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를 활용하지 않는데도 이 잡지가 학생들의 평균 SAT 점수를 제멋대로 공개하겠다며 ‘협박’했다고 마이클 마이어스 총장은 밝혔다.
이 같은 갈등은 근본적으로 교육 수요자와 공급자의 기대와 요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갈수록 비싸지는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 정보 공개의 확대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런 순위 매김 작업이 대학을 일반 상품처럼 전락시켜 교육 환경에 잘못된 영향을 준다고 우려한다.
124개 인문대학협회 회장인 크리스토퍼 넬슨 세인트존스대 총장은 “이른바 과학적 방법이라고 계량화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을 오도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유에스뉴스 측은 교육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랭킹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학교 평판 조사항목 답변 회수율이 70%였고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교육부와 고교 진학담당자를 통해서라도 학교 평가를 지속하겠다는 설명이다.
편집인 브라이언 켈리 씨는 “대학 랭킹 발표가 인기 있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총장들이 교육부와 각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정보만으로는 각 대학의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것.
어쨌든 이번 소동으로 유에스뉴스의 올해 대학 랭킹 평가작업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자료 답변 거부 문서 작성에 참여한 로이드 태커 포틀랜드 교육관리위원회 회장은 “보이콧 움직임의 결과가 무엇이든 고등학생들이 (대학 선택에) 자신의 호기심을 따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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