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보수-진보 상징 ‘과거의 영웅’ 불러내기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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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과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사표를 낸 이들이 공화당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민주당은 로버트 케네디 대통령후보를 각각 ‘과거에서 불러내’ 선거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영웅의 전당’에서 레이건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레이건은 지난 70년간 공화당이 배출한 대통령 7명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인물.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경제 호황으로 미국인의 자신감을 회복했고,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보수주의의 정수를 표현해냈다. 임기 말에도 인기를 유지해 당시 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 당선되게 했다.

이러다 보니 누가 레이건의 후계자이냐를 강조하는 것이 공화당의 정통성을 잇는 한 표현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레이건 시절 법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존 매케인 후보는 1980년대 레이건 지지자로 정치에 입문했음을 강조한다.

누구보다도 명백한 레이건주의자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도 잠재적인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최근 ‘역사’를 따져 보면 승리는커녕 비극의 역사로 점철됐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암살됐고, 린든 존슨 대통령의 임기는 ‘위대한 사회’에 붙잡혀 파멸과 베트남전쟁 실패로 이어졌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해 빛이 바랬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우세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여겼던 로버트 케네디 후보가 암살된 이후 맥을 추지 못했다.

크리스톨 씨는 “형인 존 F 케네디 대통령보다 더 앞섰던 로버트의 꿈과 이상은 미 진보진영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되살리려던 에드워드 케네디(1980년), 게리 하트(1984년), 빌 브래들리(2000년) 후보는 당내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과거에 없던 것들을 꿈꾸며 “왜 안 되느냐”고 호소했던 로버트의 꿈을 재현하는 것이 오늘날 민주당의 최대 과제가 됐다. 버락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제칠 것이라고 크리스톨 씨가 전망하는 것은 바로 오바마가 로버트의 ‘꿈과 희망’을 재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

크리스톨 씨는 내년 대선은 ‘로널드 레이건 대 로버트 케네디’ 간의 대결로 ‘시대를 초월한’ 최대의 빅매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레이건과 로버트를 대신해 출전하는 ‘선수’로는 보수주의 챔피언 톰슨과 진보주의 선구자 오바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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