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디네자드, 유엔을 설복시킬까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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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참석을 희망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사진) 이란 대통령에 대한 비자 발급을 19일 승인하면서 벌써부터 그의 ‘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보리는 21일부터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제재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회의 참석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제재결의안 통과가 임박한 시점이 유력하다.

안보리는 어떤 국가에 대해 제재 방안을 확정할 때 해당 국가에 해명 기회를 준다. 이때 보통 유엔 주재 대사가 참석한다. 이번처럼 대통령이 직접 안보리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직접 안보리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이번에는 강도 높은 제재 방안 통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3일 통과된 안보리의 첫 대(對)이란 제재안은 이란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협조로 수위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가 서방국가의 견해에 상당 부분 동조하면서 이란이 추가 제재안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으로서는 지난해 유엔 무대에 섰을 때의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논리적이면서 호소력 짙은 연설로 유명하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똑같이 반미(反美) 연설을 했지만 미국에 대한 악담만 퍼부었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는 수준 차이가 있었다는 평가가 유엔 내에 많았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미국인들을 매우 존중한다. 많은 미국인은 신과 정의를 믿고 있다”며 미국인과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분리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유엔을 출입하는 한 아랍계 기자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매우 치밀하고 머리가 좋은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유엔 무대 출연에 대해서는 최근 이란에서 온건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그의 강경 노선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여론 무마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20일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러시아가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으면 완공이 임박한 부셰르 원전의 핵연료 공급을 보류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보도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며 부인했다. 뉴욕타임스가 이 보도에서 러시아가 최후통첩을 한 당사자로 거론한 알리 호세이니 타시 이란 핵협상 부대표도 20일 “최후통첩은 없었다”며 “러시아 관리들도 부셰르 원전 가동과 이란의 핵문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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