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공존’ 설득에 티베트 독립운동 접었다”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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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월 달라이 라마의 둘째 형인 자러둔주(왼쪽)가 중국 베이징에서 덩샤오핑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티베트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야저우주간
1979년 1월 달라이 라마의 둘째 형인 자러둔주(왼쪽)가 중국 베이징에서 덩샤오핑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티베트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야저우주간
《“덩샤오핑(鄧小平)의 포용력 있고 진지한 한족과 티베트족의 공존정책이 달라이 라마를 감동시켜 티베트 독립운동을 포기하게 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둘째 형인 자러둔주(嘉樂頓珠·79)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야저우(亞洲)주간 최근호에 소개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러둔주는 인터뷰에서 1978년 말 자신이 홍콩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리쥐성(李菊生) 신화통신 홍콩지사장을 통해 덩과의 면담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1959년 인도로 망명한 후 망명정부를 이끌던 동생 달라이 라마를 만나 상의했으며 이듬해인 1979년 1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덩을 만났다. 덩은 ‘4인방 숙청’ 후 복권돼 국무원 부총리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을 맡고 있었다.

당시 덩은 “티베트의 독립을 빼고는 무슨 얘기든 하라”고 제의했고 자러둔주는 인도 망명 티베트인의 고향 방문, 중국 내 티베트 자치구에서의 티베트어 교육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덩은 티베트인의 자유로운 상호 방문과 티베트어 학교 설립 등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보며 한족과 티베트족의 공존을 추구하자”고 말했다.

회담 내용을 보고받은 달라이 라마는 “이제부터 더는 티베트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중국 중앙정부와 연락을 유지하며 두 민족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다”고 선언했다고 자러둔주는 말했다. 자러둔주가 덩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야저우주간은 밝혔다.

이어 후야오방(胡耀邦) 총서기는 1981년 7월 자러둔주와 만나 ‘달라이 라마 귀국에 대한 5가지 방침’을 전달하면서 달라이 라마가 귀국하면 1959년 인도로 망명하기 직전과 같은 지위인 전국인민대표회의 부주석 자리 보장을 약속했다고 자러둔주는 말했다.

자러둔주는 또 1989년 티베트 폭동을 무력 진압한 뒤 베이징에서 요양하고 있던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티베트 자치구 당서기와 만난 사실도 밝혔다.

자러둔주는 자신이 1952년 티베트를 떠나 인도에 머문 지 37년이나 돼 후 서기에게 티베트의 상황을 묻자 라싸(拉薩)의 화장실 개수나 집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개가 몇 마리인지까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 서기와 만난 직후 덩과 만난 자리에서 “후 서기와 같은 사람이 몇 명 더 있으면 중국 문제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칭찬했다고 소개했다.

자러둔주는 “달라이 라마가 독립을 추구하지 않는데도 최근 중국 정부 일부에서 독립을 추구한다며 그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달라이 라마가 없어져야 티베트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가 없으면 티베트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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