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 별세… 美자유주의 철학 정립

  • 입력 200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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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난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역사가인 아서 슐레진저 2세.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난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역사가인 아서 슐레진저 2세.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역사가로 20여 권의 저서를 남긴 아서 슐레진저 2세가 지난달 28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뉴욕타임스는 슐레진저가 뉴욕 맨해튼에서 가족들과 식사하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킨 뒤 뉴욕다운타운 병원에서 숨졌다고 1일 보도했다.

냉전시대 미국 자유주의 철학을 정립했던 그는 저서 ‘제왕적 대통령 지위’(Imperial Presidency·1973년)를 통해 베트남전 수행 과정에서 무리하게 권력을 행사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비난하고 그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도 끊임없이 저서와 각종 기고문을 통해 이라크전을 비판한 그는 공화당으로서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서 저명한 역사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938년 하버드대를 졸업할 때 최우수 논문상인 ‘수마 쿰 라우데(Suma Cum Laude)’를 받았다. 미 중앙정보국(CIA) 전신인 전략정보국(OSP)에서 일한 뒤 하버드대에서 조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통치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 ‘잭슨의 시대’(The Age of Jackson·1945년)로 퓰리처상을 받았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대한 저술로 주목받았다. 그는 두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개인이 역사의 물꼬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50년부터 현실 정치에 개입한 그는 존 F 케네디와 동생 로버트 케네디의 대선 캠페인에 참여할 정도로 케네디가와 각별했다. 케네디 행정부에서 특별보좌관을 지낸 그는 당시의 비망록 ‘1000일’로 두 번째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케네디가를 너무 미화하며, 심지어 문화적으로는 백호주의를 지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소설가인 이슈마엘 리드 씨는 그가 인종차별로 유명한 KKK의 지도자인 데이비드 듀크의 추종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 저서인 ‘전쟁과 미국의 대통령 직위’(2004년)에서 “이라크 침공과 그 결과는 끔찍한 혼란”이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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