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시끄러운 중동…평화는 언제쯤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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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항모 무력시위…이란 “그래도 핵개발”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정한 핵개발 중단 시한(21일)을 넘김에 따라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불행히도 이란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했다”며 “앞으로 취할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22일 독일, 러시아 외교장관 및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와 회담을 갖고 이란 제재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차관은 “이란이 뻔뻔하게 핵개발 야심을 좇고 있다”며 “다음 주부터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제한과 금융거래 동결, 신용보증 축소 등이 지난해 12월 채택된 제재결의안 수준보다 강화되고 러시아의 반대로 당시 제외됐던 ‘핵 개발 관련자들의 출입국 금지’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곧 내놓을 이란 핵개발 보고서는 이런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와 IAEA 35개 이사국에 제출될 이 보고서에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는 비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개혁파 정당인 이란 무자헤딘 혁명기구(IRMO)는 21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핵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이란 정치권 내에서 핵 개발 반대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확실치 않다. 이란은 지난해부터 석유 수출 대금으로 유로 사용을 늘려 외환보유액의 달러 비중을 30% 미만으로 줄였다. 에브라힘 셰이바니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의 제재는 작은 장애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핵 개발은 앞으로 10년간 다른 활동을 모두 포기하고서라도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강행 의사를 천명했다.

이스라엘 바르일란대학의 지브 매그헌 박사는 “이란의 목 끝에 칼이 겨눠지는 극단적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 미국은 공언한 대로 걸프 만에 핵 추진 항공모함을 추가 배치하며 사실상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란의 핵시설뿐 아니라 다른 군대시설까지 공습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수립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란의 핵 개발 중단 시한 무시로 ‘이란 핵 사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b>이라크, 성폭행…독가스…종파갈등 악화

무슬림의 금기인 성폭행 논란에 독가스까지….

이라크 내 종파 갈등이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번지며 연일 악화일로다. 수습 과정에서 이라크 수뇌부의 리더십도 휘청거리고 있다.

누리 알말리키(사진) 이라크 총리는 21일 시아파 경찰의 수니파 여성 성폭행 의혹에 대해 정부를 비판한 수니파 고위 관료를 해고했다. 이라크 내 성지와 사원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셰이크 아메드 알사마라이 씨는 “이라크 정부가 성폭행 사건을 덮으려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갑자기 정부에서 쫓겨났다.

이 사건은 19일 베일로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이 알자지라 방송에 나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알려진 것.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에서 여성이 가족에게 ‘명예 살인’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공개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알말리키 총리는 사건 직후 엄정 수사 의지를 밝혔으나 2시간 만에 “성폭행은 조작된 거짓말”이라고 주장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해고에 대해서도 그에게 그럴 권한이 있는지, 해고할 때 규정된 법적 절차를 밟았는지를 놓고 시끄럽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수니파는 “공개되지 않은 시아파에 의한 수니파 여성의 성폭행 피해가 더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실제로 22일에는 이라크군 4명이 북부 지역에서 저항세력을 수색하던 도중 수니파 50세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한편 폭발 테러에는 유독 가스도 등장했다. 21일 바그다드에서 염소 가스를 실은 탱크트럭 한 대가 폭발하면서 3명이 사망했다. 20일에도 염소 가스 트럭이 폭발해 어린이 52명과 여성 42명을 포함한 14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염소 가스에 접촉하면 화상을 입고,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흡입하면 생명이 위험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와 미군 관계자의 말을 빌려 “추악한 테러의 새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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