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영아]‘美 위안부 결의안’ 신경 곤두세우는 일본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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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 우익계로 알려진 한 자민당 의원이 미국 하원에 제출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질의하자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객관적 사실에 전혀 근거하지 않고 있어 심히 유감”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이 이어 군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관여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 담화에 대한 인식을 따지자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이 나서 “정부로서는 이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일본에선 이런 애매하고 이중적인 장면이 끝없이 되풀이된다. 정부의 공식 견해는 1993년 ‘고노 담화’로 사과는 끝났으며 그 뒤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해 보상 작업도 해 왔다는 것.

그나마 우익 성향이 강한 자민당 ‘일본의 앞날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회장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전 문부과학상)은 이달 중 고노 담화 수정을 위한 제언을 정리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제출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고노 담화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인정하고 사과해 버렸다는 게 이들의 주장. 이 모임의 원형을 1997년 아베 총리가 만들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간 일본 언론은 미 하원 결의안 관련 보도를 거의 무시했다. 일부 신문이 짤막한 단신을 국제면 한구석에 실었을 뿐, 결의안을 발의한 일본계 마이크 혼다 의원의 취지는 물론 군위안부 청문회 증언자 중에 네덜란드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아는 일본인 기자에게 이유를 물으니 “설사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일본 언론도 이번만은 서서히 위기감을 느끼는 듯하다. 18일 마이니치신문은 총리 관저가 1996년 이후 8번이나 폐기된 군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이번만큼은 통과되는 것 아니냐’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데다 4월 말 아베 총리의 첫 방미를 앞두고 외교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마침 발표된 제2차 아미티지 보고서는 일본에 아시아에서 미국의 최대 동맹으로 기능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의 꿈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일본이 바라는 대로 세계의 지도적 위치에 서려면 자신들의 오점에 대해 좀 더 허심탄회하고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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