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재평가 논란…양극화 화살 鄧이 맞을 이유 없다?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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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경제와 평등으로 상징되던 사회주의 중국을 일거에 시장경제로 바꾸고 개혁개방을 단행한 덩샤오핑(鄧小平). 그가 진실로 꿈꾼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의 사망 10주기(19일)를 앞두고 중국에서 그의 이론을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덩샤오핑 이론의 재평가 작업은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격차를 줄여 이른바 ‘조화사회’를 이룩하려는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의 정책과 맞물리며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런 건 사회주의가 아니다”

덩은 사회주의를 신봉했지만 ‘사회주의란 이런 것’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간접화법 또는 소거법을 사용해 자신이 심중에 그리는 사회주의의 대강을 설명하기를 즐겼다.

대표적인 것이 ‘덩샤오핑 문선’ 제3권에 나오는 ‘4비(非)론’. 일부에서는 양극화 문제를 제외하고 ‘3비(非)론’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는 먼저 빈궁(貧窮)은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달리 덩은 계급투쟁을 통해 모두가 가난해지는 것을 혐오했다.

둘째로 평균주의도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평균주의란 노동의 질이나 다과(多寡)에 상관없이 똑같이 수입을 나눠 갖자는 것. 덩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대가가 따르지 않으면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셋째로 생산력 향상, 즉 발전이 느린 것도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덩은 시장경제의 도입으로 자산계급이 출현하는 것을 경계했지만 이보다 훨씬 두려워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생산력이 영원히 자본주의 국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양극화도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결국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나 천지개벽을 연상시킨 개혁개방도 이런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도출됐던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류지(劉吉) 전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은 “덩이 주장한 사회주의의 본질은 생산력 해방과 발전을 통해 양극화를 없앤 뒤 궁극적으로 공동의 부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덩 이론의 가장 큰 특징은 ‘사상의 해방’으로 소유제도에 있어서도 공유제를 고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부론(先富論)이냐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이냐

덩이 선부론을 처음 주창한 것은 1978년 12월 13일에 열린 중국 공산당의 ‘중앙공작회의’에서였다. 그는 폐막식에 앞서 가진 보고에서 “일부 지역과 기업, 개인이 먼저 부자가 되게 해야 한다”는 선부론을 ‘제1의 정책’으로 확정했다.

덩이 주창한 선부론은 같은 달 18일 열린 제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혁개방 선언’으로 이어졌다. 선부론은 그 뒤 20여 년간 중국의 경제 발전 및 개혁의 핵심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사회의 양극화가 눈에 띄게 심각해지면서 덩의 선부론을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양춘구이(楊春貴) 전 부교장은 “덩의 선부론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똑같이 먹고사는 계획경제 시대의 ‘다궈판(大鍋飯·다 같이 먹는 큰 솥의 밥)’ 문제를 지적하고 지나친 평균주의를 경계하기 위해 강조한 말”이라며 “이는 부유한 사회로 빨리 가기 위한 하나의 지름길로 제시된 것이지 양극화가 돼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리잔차이(李占才) 퉁지(同濟)대 마르크스주의 이론부 부주임도 “선부론은 낙후된 사회를 타개하기 위한 이론일 뿐이며 모두가 부유해지자는 공동부유론이 어디까지나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선부론으로 명명된 덩의 이론을 실제로는 ‘공동부유론’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선부론이 양극화 초래?

그러나 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는 2005년 10월 제16기 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덩의 선부론을 폐기하고 ‘균부론(均富論)’으로 대체했다.

선부론에 따른 고속성장 정책을 밀고 나갔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달리 후 주석은 최고 권좌에 오르자 국정의 핵심 키워드를 바로 바꾸어 버린 것. 현 지도부가 선부론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을 증명한다.

그러나 덩의 사상을 연구해 온 학자들은 ‘중국이 당면한 양극화 문제는 선부론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실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라고 주장한다. 양극화 문제는 불법적인 수단에 의한 치부 및 잘못된 세제와 교육 의료 부문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발생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양 전 부교장은 최근 시사주간 난팡(南方)주말과의 인터뷰에서 “덩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자로서 양극화를 막기 위한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었다”며 “먼저 공유제를 위주로 양극화를 막되 부자가 된 사람은 세금으로 조정하고 빈곤한 계층은 국가가 보조하며 가진 자에게는 교육 등 공익사업에 돈을 출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또 “후 주석이 제시한 과학적 발전관과 사회주의 조화사회 건설은 모두 덩의 선부론 및 공동부유론의 길과 맥락이 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후 주석 중심의 제4세대 지도부가 학자들의 새로운 해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앞으로 덩의 평가와 추모기념 사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위험선 넘은 中의 양극화

상하위 소득격차 18배 “계층충돌 생길것” 88%

중국의 빈부 격차가 ‘사회 동란’을 유발할 만큼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가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중국 전역의 2005년도 가구소득을 표본 조사한 결과 중국의 지니계수는 0.496으로 위험경계선 0.4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일본의 유엔대학 세계개발경제연구소(UNU-WIDER)가 발표한 0.47보다 높은 수치다. 지니계수란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0에서 1 사이의 수치로 0.4를 넘으면 ‘상당히 불평등한 상태’, 0.6을 넘으면 ‘매우 불평등한 상태’를 나타낸다.

조사에 따르면 2005년도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5525위안(약 66만3000원)이었으며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18.2배로 나타났다.

1인당 재산은 상위 20%가 하위 20%의 72.4배를 보유해 지니계수는 0.653으로 분석됐다. 1인당 평균 재산은 3만3773위안(약 405만2760원)이었다.

또 동부지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9641위안인 반면 서부는 4313위안으로 동부가 서부보다 2.2배 높았다.

그러나 중국인 4명 중 3명(74.9%)은 중국 사회를 조화로운 상태로 보고 있었다. 또 중국 사회가 안정적이냐는 물음에도 75.8%가 비교적 또는 매우 안정적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앞으로 사회계층 간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는 대답이 88%여서 장래에는 사회가 불안정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한편 중국 반(半)관영 통신사인 중궈신문사가 중국국정연구소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2005년 현재 1인당 연간 수입이 7500∼5만 달러(약 700만∼4670만 원)인 중산층은 1280만 가구로 추산됐다. 또 중산층은 10년 안에 5000만 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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