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첫 여성 총장 탄생

  • 입력 2007년 2월 12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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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371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장이 탄생했다.

하버드대는 11일 역사학자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59)를 제 28대 총장으로 선출했다.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여성 차별적 발언 논란으로 지난해 사임한 로런스 서머스 전 총장의 뒤를 잇게 된다.

파우스트 총장은 1672년 사망한 찰스 촌시 제2대 총장 이후 첫 '비(非) 하버드대 동문' 출신 총장이기도 하다. 그녀는 필라델피아 근처의 브린마 대학(실제 발음이 이렇게 됩니다.어문연구팀참조)을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우스트 총장은 미 남북전쟁 및 남부 역사 전문가. 25년 넘게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교수로 있던 그가 하버드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고등학문연구원 학장을 맡으면서부터.

파우스트 총장은 래드클리프 여대의 하버드대 통합과정을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돋보였던 경영능력이 하버드대 총장 확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

"애야, 그것은 남자들이 하는 일이란다. 네가 이런 현실을 빨리 알수록 더 행복해질 거야."

파우스트 총장이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자주 듣던 말이었다. 그녀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부터 틀에 박힌 여성의 역할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당시 여자 아이들의 '필수과목'이었던 바느질을 거부하고 4H클럽에 가입해 남자 아이들과 함께 양치기를 하기도 했다. 9세 때에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의 편지를 아이젠하워 당시 대통령에게 보냈다. 대학 재학 중에는 베트남전 반대시위에 나섰다.

파우스트 총장 집안은 아버지는 물론이고 2명의 남자 형제들이 모두 프린스턴대를 졸업했지만 파우스트 총장은 여대인 브린마 대학에 입학했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프린스턴대가 여자를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우스트 총장은 11일 총장 확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여성이 하버드대 총장에 임명됐다는 사실은 몇 십 년 전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아직도 과학 분야 등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서 '여성 총장'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자 그는 "나는 하버드대 '여성 총장'이 아니라 하버드대 총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첫 남편과 이혼한 파우스트 총장의 현재 남편은 하버드대의 찰스 로젠버그 과학사 교수. 친딸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주간지 '뉴요커' 기자로 일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1년 예산은 30억 달러(약 2조8130억원), 기부금 자산은 모두 290억 달러(약 27조1900억원)에 이른다. 이 막대한 예산 운영 뿐 아니라 서머스 전 총장 사임 이후 불거진 교내 갈등의 봉합도 신임 총장의 과제다. 여기에 미국 1등 대학으로서 하버드대 위치도 예전 같지 않아 파우스트 총장의 어깨가 무겁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한편 하버드대가 여성총장을 임명함으로써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인 아이비리그 대학 8개 중 여성이 총장인 곳이 프린스턴대, 브라운대, 펜실베이니아대를 포함해 4개로 늘어나는 등 미국 대학에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미시건대 총장도 여성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86년까지만 해도 미국 대학에서 여성총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10%였으나 지난해에는 23%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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