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 알고보니 ‘투자의 달인’

  • 입력 2007년 1월 23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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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들이 최고의 ‘투자 귀재’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수입 대부분을 은행 예금으로 묻어 두는 것과는 달리 미국 대학들은 다양한 투자 방식을 활용해 기금을 급속도로 불리고 있다.

미국대학경영자협회(NACUBO)가 22일 발표한 미국 765개 대학의 지난해 평균 투자수익률은 10.7%에 달한다. 수익률 높기로 이름난 연금기금은 물론 웬만한 헤지펀드의 수익률도 뛰어넘는 성적이다.

대학별로는 굴리는 돈이 클수록 버는 돈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이 10억 달러 이상인 부자 대학들은 지난해 투자수익률이 15.2%에 달했으며 지난 10년간 수익률도 11.2%였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24.7%의 투자수익률을 올려 1위를 차지했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22일자)는 대학 기금들이 탁월한 투자 실적을 올리는 것은 공격적 투자를 선호하는 미국 대학 특유의 분위기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학들은 교육과정에서 보수적인 분위기를 고수하지만 자산 운용에서만은 월가 금융기관을 능가하는 과감한 투자전략을 선택한다.

다양한 투자기법을 시도할 수 있는 자율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월가의 유명 펀드매니저들도 대학기금 운용 담당자 자리를 사양할 이유가 없다. 대다수 대학은 실력 있는 기금운용자를 영입하기 위해 경제학·금융학 교수들이 기금 운용에 관여하거나 조언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대학 기금들은 이미 1970, 80년대부터 주식 채권 현금과 같은 틀에 박힌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부동산, 헤지펀드, 벤처자본, 사모펀드로 영역을 넓혀 왔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에서 목재가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게 된 것도 미국 대학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한 몫을 했다. 반면 대학기금들이 주식 채권 현금에 투자하는 비중은 총자산의 41% 정도에 그친다.

미국 대학들의 기금 운용 방식은 유럽 일본 대학들에 벤치마킹 대상이다. 최근 일본 대학들은 기금운용 제한 규정이 풀리면서 ‘예일 모델’ 배우기에 나섰다. 기금 23억 달러를 보유한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아예 예일대 기금운용 총책임자를 투자위원회 이사로 모셔왔다.

그러나 미국 대학들이 언제까지 최상급 투자성적표를 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다른 대형 투자자들이 대학들의 투자기법을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예전과 같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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